사람을 사람답게, 사회를 사회답게 만드는 게 바로 ‘사랑’이다. 사랑없는 인간관계와 사랑없는 사회를 상상해 보라. 그 삭막하고 황량함이란…, 생각하기 조차 끔직하다. 그 만큼 사랑은 숭고한 가치를 지닌다. 위대한 예수의 사랑이나, 석가모니의 자비나, 공자의 인의예지라는 가르침도 결국 그 본질은 넓은 이미의 사랑이다.
그 사랑을 배우는 곳이 바로 ‘가정’이다. 상대에 대한 한없는 보살핌이나 적극적인 이해나 끝없는 용서나 간단없는 배려 등으로써 나타나는 사랑은 그 싹도 가정에서 틔며, 가정에서 자란다. 참으로 소중한 가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 가정이 이런저런 이유로 급속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 외형적인 무너짐만 뜻하는 게 아니다. 설사 가정의 형태를 지녔어도 이미 가정 구실을 못하는 가정들이 부지기수다. 그야말로 가정의 위기시대다. 부부는 부부답지 못하고, 부모는 부모답지 못하고, 자식은 자식답지 못하고, 형제는 형제답지 못하다. 툭하면 이혼이고, 자식은 상전이 됐고, 형제는 물질 앞에 빛이 바랜 지 오래다. 도무지 가족간에 사랑의 구체적인 표현인 서로에 대한 참된 이해나 배려나 용서나 애틋한 정들을 오손도손 키워나갈 수 있는 분위기가 없어졌다. 모든 게 한 마디로 뒤죽박죽, 질서가 깨졌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할 것 없이 가정은 덩그라니 빈껍데기로만 남았다. 개성 강한 개인은 있을 지 몰라도 사랑을 키워갈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가정은 사라졌다. 시대 탓이라고 하지만, 성찰 없었던 결과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천리(天理)와 함께 삶의 지혜가 듬뿍 담긴 동양고전의 정수 주역(周易)에 가정과 관련된 괘가 나온다. 바로 가인(家人)괘다. 그 가인괘에 가정을 가정답게 만드는 비결이 있다. 괘사에 나오는 이여정<利女貞-여자가 바른 도리를 지켜야 가도(家道)가 확립돼 이롭다>이 그것이다. 가정의 중심은 부부다. 남편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특히 아내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아내가 포용력과 따뜻한 마음씨와 유순한 미덕으로 가정을 보살필 때, 비로소 가정은 평화롭고 사랑을 쑤욱쑤욱 키워나갈 수 있다. 가인괘에 가족 모두의 역할이 다 나오지만 괘를 대표할 수 있는 괘사에 유독 아내의 역할을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다. 아내들이여, 비록 세태가 바뀌어 그 본질이 흐려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가정을 지켜 나가기 위해선 이 길 밖에 없음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
 
/서재철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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