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에서 ‘금’은 장식품과 화폐라는 두 가지 역할을 해왔다. 권력, 영광, 아름다움, 안정에 대한 열정의 대상이었으며 탐욕의 상징이자 허영의 도구였다. 인간들이 숭배와 경의를 바치는 대상이었으며, 20세기 중반까지도 화폐제도의 기반으로서 세계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지금은 금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약화됐지만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가 흔들리면서 최근 들어서는 금값이 말 그대로 '금값'이 되고 있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서정시인 핀다로스(Pindaros)는 “금은 제우스의 자식이다. 나방도, 녹도 그것을 집어삼키지 못한다. 그러나 인간의 정신은 이 최고의 소유물에게 먹혀버린다”고 금의 양면성을 묘사했다.
 이처럼 한낱 물질에 불과한 금이 인간들의 숭배와 경의의 대상으로 장구한 세월동안 생명을 유지해 온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지칠줄 모르는 탐욕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류 역사에서 금은 인간에게 모순 덩어리 그 자체이기도 하다. 인간은 금이 피난처라고 믿어왔지만 금은 과도한 관심의 대상이 되면 마치 부메랑처럼 어김없이 저주가 돼 돌아오곤 했다.
 금에 관한 논의를 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인간들의 끝없는 탐욕을 얘기해 보자는 것이다.
알렉산더 대왕과 조너스 소크 박사 플라비우스 요세푸스가 쓴 ‘유대 고대사’를 보면 다음과 같은 얘기가 기록돼 있다.
 알렉산더 대왕이 기원전 332년 예루살렘을 방문한 적이 있다. 탈무드는 그가 방문 기념품을 요구했다고 한다. 랍비들은 그에게 안구(눈알)를 선물했다. 알렉산더는 대칭 저울의 한 쪽에 자신의 금과 은을, 다른 쪽에 안구를 올려놓았는데 신기하게도 저울이 안구 쪽으로 기우는 것을 보고는 “이거 왜 이러냐?”고 물었다. 그러자 랍비들은 “사람의 안구라는 것은 아무리 많은 재산으로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알렉산더 대왕은 “그렇다는 증거가 어디에 있느냐?”고 재차 물었다.
 이에 랍비들은 흙가루로 눈알을 덮어 더 이상 못 보게 하면 즉시 안구 쪽이 가벼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됐다.
 ‘유대 고대사’는 알렉산더 대왕이 이 안구처럼 만족을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역사에 기록될 황제가 되고, 대왕이 된 이후에도 그는 만족할 줄을 모르고 끊임없이 새로운 영토를 정복하고자 했다.  ‘세상 끝’까지 가고자 하는 욕망을 쫓아 그는 인도를 침략했지만 결국은 계속되는 전쟁에 지친 군대의 하극상에 밀려 돌아서야 했다.
 알렉산더 대왕은 아라비아 침략으로 시작되는 원대한 동방원정을 끝내 모두 실현시키지 못한 채 기원전 323년에 바빌론에서 최후를 맞이했다. 알렉산더가 죽고 난 후 그의 제국은 일련의 내전들로 갈기갈기 찢어졌고, 마케도니아 귀족들이 다스리는 여러 국가를 탄생시켰다. 랍비들의 경고대로 결국은 탐욕이 그를 망친 것이다.
 반면, 지난 1955년 소아마비 백신의 성공적인 개발 사실을 발표한 조너스 소크(Jonas Salk) 박사는 정 반대되는 삶을 살았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누가 백신 특허를 소유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글쎄요, 그냥 사람들이겠지요. 특허 같은 것은 없습니다. 태양을 특허 낼 수 있습니까?”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대단히 이타적이며 탐욕을 초월한 태도였다.
신학에서 일곱 가지 대죄 중 하나
탐욕은 자신의 필요를 넘어 분에 넘치는 물질을 획득하거나 소유하고자 하는데서 비롯된다. 기독교 신학에서 탐욕은 절대 용서할 수 없고, 하나님의 은총을 완전히 잃을 수밖에 없는 일곱 가지 대죄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땅 속에 불법 도박자금을 숨긴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이모(53ㆍ무직)씨의 해괴한 사건이 온통 세간의 화제 거리다. 그의 밭 땅 속에 묻혀 있는 김치 통 등에서 김치가 아닌 돈다발이 마치 화수분 마냥 쏟아져 나왔다는데, 발상 자체도 기상천외하려니와 탐욕의 극점을 보는 듯 해 여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죄인이야 법으로 정한 처벌을 받겠지만, 그러나 냉정히 따지고 보면 인간이란 존재는 ‘만물의 영장’이라는 허상을 둘러쓴 탐욕의 덩어리이고, 거대한 욕망의 바다 위에 떠다니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탐욕을 미덕인 양 부추기는 미디어의 정교한 술수와, 그에 놀아나는 줄도 모르고 더 갖기에만 골몰하는 이들. 한쪽에서는 식량이 남아서 썩어나가도, 전 세계 인구의 6분의 1이 굶어 죽는 조악한 현실, 지나친 탐욕은 타인의 삶에 치명적으로 개입하게 되고, 자신은 물론 공동체를 파멸하는 파국적 종말에 이르고 만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최규온 편집국 부국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