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와 증자가 함께 있을 때의 일이다. 공자가 증자에게 말했다. “선왕께서는 지극한 덕과 슬기로움으로 천하의 백성들이 따르게 하였다. 그리고 화목함으로 위와 아래가 서로 원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였다. 그게 무엇인지 알고 있느냐?” 증자가 공손한 태도로 자리에서 일어나 대답했다. “불민한 제가 어찌 그걸 알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무릇 효란 덕의 근본이요, 가르침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내 너에게 일러줄 테니 다시 앉거라. 몸도 터럭도 살갗도 부모에게 물려받았으니, 감히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니라.”
<효경>의 첫 장인 ‘개종명의(開宗明義)’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은 글자 그대로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 불감훼상(不敢毁傷), 효지시야(孝之始也)의 사상이 깊었다. 과거 조선은 임진왜란 이후에 그 사상이 중국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다. 시대가 달라진 오늘날에도 그 같은 정서는 아주 사라지지 않았다. 면도가 일상화 된 오늘날에도 두발은 함부로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머리의 모양을 바꾸는 것은 내면의 변화를 뜻한다. 그래서 여자들은 큰일을 겪고 나면 머리를 자르거나 파마를 해서 탈바꿈을 시도한다. 삭발의 경우는 말할 나위가 없다. 백석의 시 ‘여승(女僧)’에서처럼 거기에는 심각한 사연이 있다. 남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남자에게 있어 삭발은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을 담보한 맹세의 표현이다. 
김완주 지사가 삭발을 해서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도백(道伯)이 삭발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래도 도민들은 김 지사가 삭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잘 알고 있다. 토지주택공사의 분산배치를 강력하게 요구하기 위해서이다. 예전에 한두 번 호소한 것이 아니건만 그 많은 호소들이 존중받지 못한 까닭이다. 오히려 무시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마당이라서 도지사는 결연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없었을 터이다.
도백이 삭발 투쟁을 해야만 하는 고장에서 산다는 것의 의미를 톺아본다. 균형발전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건만 실상은 그렇지가 못하다. 갈수록 부익부 빈익빈으로 치닫고 있으니 도민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예전에 강현욱 지사가 새만금사업의 지속 추진을 위해서 상경하여 삭발한 적이 있음을 도민들은 잊지 않고 있다. 십 년 후 또 다시 도백이 삭발하는 모습을 봐야만 한다는 게 너무 참담하다.

/이희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