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토중래(捲土重來)라는 말이 있다. 비록 패했지만 다시 세력을 회복해 새로운 각오로 일을도모한다는 뜻이다.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이 천하를 놓고 다투다가 결국 항우가 패하게 된다. 항우는 겨우 군사 몇을 이끌고 오강(烏江)까지 쫓긴다. 강만 건너면 항우가 지난 날 군사를 일으켰던 자신의 텃밭이었다. 측근들은 항우에게 강을 건너 훗날을 기약하자고 간청한다.
그러나 항우는 패배의 분을 삭이지 못하고 추격해온 적군 몇을 목베고 자결한다. 이 때 그의 나이 세른 하나, 참으로 아까운 나이였다.
그 후 세월이 한참 흘러 당나라 말기 쯤, 두목(杜牧)이란 시인이 동강을 지나게 되었다. 두목은 그저 무심한 채, 유유히 흐르고 있는 강물을 바라보며 이 자리에서, 어떤 의미에서 또하나의 불세출의 영웅 항우를 추억하다가 안타까움 속에 시(詩) 한 수를 짓는다.
勝敗兵家不可期(승패병가불가기)
包羞忍恥是男兒(포수인치시남아)
江東子弟多豪傑(강동자제다호걸)
捲土重來未可知(권토중래미가지)
대충 다음과 같은 뜻이다.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기약할 수 없는 일,
수치를 참아내는 자가 진정 남아로다.
강동 땅 자제들 중엔 영웅호걸이 많으니
흙먼지 일으키며 다시 쳐들어올 지 알 수 없네.
바로 이 시에서 ‘捲土重來’라는 말이 유래됐다.
산다는 것 자체가 승패의 연속이다. 영원한 승리도, 또 영원한 패배도 없다. 때문에 이겼다고 너무 자만해서 안 되며, 졌다고 해서 실의에 빠질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일희일비 속에 너무 쉽게 자만과 실의에 젖는다. 특히 요즘 경제난 등으로 살기 힘들다 하여 쉽게 자포자기, 자신을 함부로 내던져 버리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아무튼 한때의 수치나 패배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법, 이를 참고 굳건하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권토중래를 기약해봄이 어떨런지.
                                       
/서재철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