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미술관은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이고자 ‘현대미술사전, 7 키워드’ 전을 열고 있다.

전시는 미디어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 팝 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 모노크롬의 이우환, 퍼포먼스의 이건용·이강소 등 걸출한 기념비적인 미술가의 작품 면면을 엿볼 수 있다.

미술관은 전시와 관련,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문화체험을 선사하고자 오는 31일 오후 2시부터 참여 미술가 이건용의 ‘독 속의 문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독 속의 문화는 이건용 미술가의 외고조모부터 물려 내려온 200년 된 ‘독’을 이용한 퍼포먼스. 이는 1989년 서울 동숭아트센터에서 개최한 ‘동방으로부터의 제안’전에서 초연됐으며, 한국 최초의 페미니즘 퍼포먼스로 기록된다.

이번 퍼포먼스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유행은 우리 고유 전통장르 해체에 어떻게 작용했는지에 대한 물음에서 비롯됐다.

작품은 일제 강점기 남자들이 독립을 위해 밖으로 나가 싸우는 동안 집안을 지키고 가정의 장맛을 지킨 것은 여성들이었음을 상기한다. 여성과 여정을 함께 한 ‘독’은 우리 생활의 전면이 아닌 집 뒤뜰 후미진 곳에 자리하며, 가족의 안전과 평화를 기원하는 매개로 작용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퍼포먼스는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를 손상한 근대화·서양화를 씻어내는 의미로 ‘독’ 테두리에 비누 거품을 묻히고 씻는다. ‘독’ 안에 대고 소리를 지르며 역대 모계의 조상들을 불러낸다. 마치 김칫독에 빠진 것처럼 ‘독’ 안에 들어가서 근대화 과정, 6·25 전쟁 때 피난 가는 이야기 등 민족사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건용 작가는 자연의 생목과 흙, 로프, 천 그리고 자신의 신체를 주로 사용한 작품 활동을 전개해 왔다. 이후엔 사진, 드로잉, 언어 행위 등을 통한 타자와의 소통에 주목했다.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