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에세이]타향살이
타향살이 몇 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니
고향 떠난 십여 년에 청춘만 늙어
부평 같은 내 신세가 혼자도 기막혀서
창문 열고 바라보니 하늘은 저쪽
고향 앞의 버드나무 올 봄도 푸르련만
호드기를 꺾어 불던 그 때는 옛날
타향이라 정이 들면 내 고향 되는 것을
가도 그만 와도 그만 언제나 타향
고복수의 노래비에 새겨진 글이다. 고복수의 노래비는 울산광역시 중구 북정동 동헌 오른 쪽 입구에 있다. 노래는 보통 3절까지만 부르는 것이 상례인데 그것은 4절의 내용이 전체의 정서와 어울리지 못하는데다 덜 곡진한 탓일 것이다. 물론 이 지면을 빌려서 그것을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노래비의 가사를 가수가 불렀던 본래의 노래와 비교해보면 몇 군데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절의 끝부분 ‘늙어’가 노래 속에서는 ‘늙고’로 나오고 3절의 ‘호드기’가 본래는 ‘호들기’인데 지금은 알기 쉽게 ‘버들피리’로 개명을 해서 부르고 있다.
일제 강점기, 1930년대의 고색창연한 노래를 지금 떠 올리는 이유가 있다. 시대적 정서는 다르지만 노래의 가사를 음미하다보면 오늘날에도 가슴을 치는 바가 있다. 가족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객지에서 타향살이를 하는 젊은이들이 도내에 많은 까닭이다. 대학교를 졸업해도 취직이 안 돼서 서울로 수도권으로 일자리를 찾아서 가는 이들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도내의 상주인구가 하릴없이 줄고 있다. ‘2백만 도민’ 운운하지만 그것은 자존심일 뿐이고 실제로는 180만 명을 약간 웃돌고 있을 뿐이다. 인구 유출은 전북지역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해마다 연초 때면 전북도와 각 지자체는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을 약속한다. 그러나 성과를 돌아보면 만족도는 매번 낮다. 연말마다 한 해의 성과를 보고하라면 다들 유구무언이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일자리다운 일자리를 창출하는데도 역부족이었고 고용안정 쪽도 신통치 않았던 것이다. 어쩌다 나름대로 성과가 있다는 자평이 있을 때는 자화자찬으로 흘러 공감대를 얻지 못하기 일쑤였다.
현 정부의 최고 책임자가 내년도 경제성장을 5%로 잡으면서 일자리 창출과 물가 안정이 최고 목라고 발표했다. 국가 경쟁력이 제고돼 경제 상태가 안정 추세인데다 외국인들의 투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내년에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체험은 그것을 반신반의하게 만들고 있다. 객지에 아들 딸을 보내놓고 노심초사하는 부모들이 도내에 얼마나 될까. 향토가 경제적으로 더 발전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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