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시리즈를 선보여온 한국화가 송만규 화백.

그는 1993년부터 전북 순창 섬진강가에 둥지를 틀고 섬진강이 전하는 아름다움과 편안함, 그리고 부드러운 정경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송 화백은 “묵언수행처럼 이어지는 새벽강가의 운무와 물방울들, 바람결, 사시사철 변해가는 섬진강의 환경에 취해 섬진강변 외엔 곁을 주지 않았다”고 말한다.

섬진강만 그리는 이유에 대해선 “한국화의 소재들인 그윽하게 풍기는 먹 향과 먹을 은은하게 흡수하는 한지, 예리하고 무디게 펼쳐지는 붓놀림이 섬진강을 더욱 아름답게 표현하여 섬진강의 그림이 빛을 발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한 애정은 송만규식 ‘섬진팔경’의 사계절에 드러난다. 임실 붕어섬과 구담마을, 순창 장구목, 구례 사성암과 지리산에서 내려다본 풍경, 광양 무동산, 하동 평사리와 송림 공원 등은 그림 같은 자태를 뽐낸다. 그가 이곳을 배경으로 한 그림들로 23일부터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섬진팔경’전에는 섬진강에 기대어 살아 온 사람들의 삶과 섬진강물에 온 생애를 부비며 사는 자연의 풍요로움이 고스란히 베어난다. 

때로는 새벽강의 고요함으로, 때로는 해발 1,212m의 지리산 왕시루봉에서 바라본 장대함으로 섬진강을 오롯이 그려낸 송만규 화가. 

작가는 섬진팔경을 사계절동안 걷고 또 걸으며 온 몸으로 체득한 그때 느낀 물결의 흐름을 특유의 섬세함으로 되살려 32점의 대작을 완성했다. 그의 팔경은 길이 2m 정도의 작품이 주를 이루지만, 어떤 것은 11m부터 24m의 대작까지 다양하다. 

송 화백은  아무런 대가없이 무심한 듯 곁을 내어 주는 섬진강에서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깨달았다고 한다. “계단식 논에서 흐르던 물 한 방울이 논두렁 사이로 흘러 물줄기가 되고, 그 물줄기가 도랑을 이루며 결국에는 강물이 되고 계곡이 되죠. 강물은 혼자서 흐르지 않고, 늘 주변을 끌어안으며 묵묵히 흘러간다”며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를 곱씹기도 했다.

그러면서 “갈래 갈래로 흩어진 물줄기는 허투루 흐르지 않고 낮은 곳으로 흘러들어 갈급한 이들에게 고귀한 선물을 선사한다며, 섬진강의 이러한 기운까지도 작품에 담고자 했다”고 전시 소회를 밝혔다.

섬진강 500리의 길을 화폭에 담아낸 송 작가와의 대담은 오는 31일 전당 갤러리 O,R에서 진행되며, 전시는 4월 5일까지 무료로 만날 수 있다.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