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보이는 나무들과 달리, 꽃들은 겨울에는 전혀 볼 수 없는 눈 속에 꼭 꼭 숨어 있다가 봄이 온다 싶으면 제일 먼저 기지개를 켜듯 솟아나는 생명의 신비를 맛보게 한다.
2011년이 시작된 지 어느 덧 3개월이 다 지나가고 있다. 춘삼월 이라고 봄이 왔을 것 이란 착각 속에 지냈는데 꽃샘추위에 몸이 움츠러드는 것이 봄은 아직 이르지 않나 싶다. 봄의 날씨는 따뜻하다가도 갑자기 추워지는 기상의 변덕스런 과정이 여러 번 지속된다. 이때 가장 시련을 겪는 식물은 변산바람꽃, 노루귀 같은 꽃들인데 다른 꽃보다 앞서 꽃을 피우기 때문에 더 큰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3월 초였을까 내장산 국립공원 생태계 변화관찰 모니터링 차 카메라 하나 들고 길을 나선 적이 있다. 봄이라고 하기에는 산에 아직 덜 녹은 눈들이 있고 바람도 차가운 날씨여서 과연 야생화들을 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앞섰지만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 혹독한 날씨 속에도 생강나무, 산수유, 변산바람꽃, 노루귀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따뜻한 봄인 줄 알고 부지런히 태양을 향해 올라왔건만 다시 겨울로 가는듯한 변덕이라니 꽃샘추위에 맞서는 야생화들이 말을 한다면 이런 푸념을 하지 않았을까? 사람도 견디기 힘든 날씨에 작은 몸으로 꿋꿋하게 견디는 모습에 새삼 작은 일에도 풀이 죽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
요즘 세계는 꽃샘추위를 맞은 듯 심각한 자연 재앙에 시달리고 있다. 구제역 여파에, 가까운 이웃 나라에서는 지진으로 고통을 받고 있고 하루가 멀다 하고 크고 작은 재앙이 마치 꽃샘추위를 맞고 있는 듯하다. 지금 이야 말로 발 밑 작은 생명의 강인함을 떠올려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이나 감정은 우리의 행동에 그대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줄기 삼아 다시금 희망을 꽃피워 보는 건 어떨까? 매서운 꽃샘추위를 견디며 봄을 기다리고 있는 내장산국립공원의 야생화들을 바라보며 이 땅의 따뜻한 봄소식도 성큼 다가오길 기대해 본다.
김영·내장산국립공원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