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원장 조현중)이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 20명의 구술을 담은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 구술 자서전’ 20권을 발간했다.

이번에 발간된 자서전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국가무형문화재 구술 채록 사업’을 진행해 확보한 보유자들의 삶과 전승과정에 대해 생생하게 구술한 자료 및 채록한 원천자료 49편 중 먼저 총 20명의 이야기를 추려 엮은 것이다.

자서전 속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65호 ‘백동연죽장’의 황영보 보유자를 비롯한 서도소리(국가무형문화재 제29호) 이은관, 경기민요(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이은주, 양주별산대놀이(국가무형문화재 제2호) 노재영 등 전통공연예술 분야 8명과 악기장(국가무형문화재 제42호) 이영수, 망건장(국가무형문화재 제66호) 이수여 등 전통기술 분야 9명, 그리고 서해안배연신굿 및 대동굿(국가무형문화재 제82-2호) 김금화 등 의례·의식 분야 3명 등 보유자들의 승과정과 출생, 결혼 등 평범한 일상 속 삶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

일례로, ‘백동연죽장’ 황영보에 대해선 ‘황영보는 1932년 전북 남원시 왕정동에서 태어났다. 왕정동은 당시 담뱃대로 이름난 지역으로 담뱃대 제작을 생업으로 삼은 가구가 많았다. 황영보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도 담뱃대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삼으신 분들이었고, 그는 이러한 영향으로 14살부터 아버지에게 연죽 제작 일을 사사했다. 그러던 중 6·25가 터졌고, 인민군에 의해 합천으로 끌려갔다가 도망쳐 나와 남원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총알이 지나다니는 길을 엎드리고 숨어 다니는 등 생사를 오고가는 경험을 하였다고 술회한다.’(이하 중략) 

아들이 국민학교 1학년을 마칠 무렵, 그는 남원 도로가에 가게를 짓고, 안채를 집으로 삼아 아내와 자식과 함께 살림을 꾸려갔다. 그 가게에서 도방을 하여 전라도 오일장을 비롯한 경상도, 충청도 등의 담뱃대 공급을 도맡았다. 담뱃대의 수요가 흥하던 당시 황영보는 꾸준히 제작활동을 하였으며, 이로 인해 마을에서 두 번째로 텔레비전을 살 만큼 돈을 모을 수 있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구술에 참여한 보유자들은 대부분 1900년대 초반에 태어난 고령자들로, 일제강점기와 3·1운동, 8·15광복, 한국전쟁,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등이 일어났던 격동기를 겪은 산증인들의 증언을 들을 수 있다.

무형유산원은 아직 책으로 담지 못한 전승자 29명 중 15명의 이야기는 올해 추가로 발간하고, 내년에 나머지 14명의 자료도 마저 발간할 예정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 구술 자서전’은 국내 국공립도서관 등 관련기관에 배포하고. 국립무형유산원 누리집(www.n ihc.go.kr)에도 전자문서 형태로 3월에 공개할 예정이다.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