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배구 남자부 V-리그 패권은 패기와 관록의 맞대결로 압축됐다.

 대한항공과 삼성화재는 다음 달 3일부터 7전4선승제의 NH농협 2010~2011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을 치른다.

 두 팀의 포스트시즌 격돌은 이번이 두 번째다. 2년 전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었을 때에는 삼성화재가 2전 전승으로 챔프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번 시즌 초반부터 독주한 대한항공은 만년 3위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당당히 챔프전에 직행했다. 대한항공은 이번이 첫 챔프전 무대다. 매번 근처까지는 올랐지만 번번이 입성 직전 주저앉았다. 오랜 전통과는 달리 챔프전만큼은 새내기다.

 당연히 올해를 우승의 적기로 보고 있다. 일부 주전 선수들의 병역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절실하다.

 대한항공은 모처럼 잘 뽑은 외국인 선수 에반이 김학민과 시너지 효과를 내주고 있고 세터 한선수가 일취월장하면서 팀이 안정을 찾았다. 지난해 플레이오프 탈락의 원인이 된 센터진은 이영택~신경수~진상헌 등으로 양과 질을 모두 갖췄다.

 올 시즌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등 전통의 강호들에 강한 면모를 보인 점은 선수들로 하여금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 대한항공이 예년과 가장 달라진 점이다. 챔프전에서 맞붙을 삼성화재전에서는 4승1패로 우위를 점했다.

 이에 맞서는 삼성화재는 노련미에 승부를 건다.

 1995년 창단한 삼성화재는 단 한 차례도 결승 진출에 실패한 적이 없다. 이번 시즌에는 한 때 최하위까지 처지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결국 대한항공의 파트너로 낙점됐다.

 결승전 성적도 좋다. 삼성화재는 총 14번(실업리그 포함) 결승에 진출해 12차례나 정상을 밟았다. 우승 확률이 86%나 된다. 삼성화재의 주전 선수 중 프로 무대 챔프전을 치르지 않은 선수는 한 명도 없다. 모든 선수가 처음인 대한항공과는 대조적이다.

 플레이오프를 일찍 끝낸 덕에 1주일의 휴식기가 생긴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덕분에 전력의 열쇠인 가빈의 컨디션을 회복할 시간을 벌었다. 손바닥이 찢어진 박철우의 시리즈 초반 출장이 불투명해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