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군(현 익산시) 춘포면에서 복숭아 농사를 지으며 평범하게 살다 간 이춘기(1906~1991년)씨의 30년간 일기가 한 권의 책으로 엮어져 출간됐다.

‘목련꽃 필 무렵 당신을 보내고’(학지사)는 서경대 문화콘텐츠학부 이복규 교수가 농부 이춘기 씨의 일기(1961~1990년)를 탐구해 쓴 책이다.

유려한 필치로 적어 내려간 이 일기에 이춘기는 병든 아내가 죽기까지, 그리고 당사자와 간호하는 가족의 심리 변화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또 아내가 4개월여의 투병 끝에 목련꽃 피던 계절에 세상을 떠나자 찾아온 그리움과 남겨진 아들 양육의 부담이 어떠했는지, 노년에 이르러 독거노인이 되어 지내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여실하게 서술하고 있다. 

더불어 30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세시풍속의 변화상도 흥미롭게 기술한다. 세배 문화, 정월대보름의 공동체 의례, 성탄절의 새벽송, 만경강 지역에서만 있었던 단오 무렵의 모래찜 풍습 등에 대한 기록이 그것이다.

가계부처럼 일기에 수입과 지출 사항을 자세히 적고 있어 물가의 변동도 알 수 있게 하며, 통행금지, 완행열차, 전보와 편지에 의존하던 문화, 물 길어다 먹기, 땔나무 걱정, 양식 걱정을 하던 시절 등 지금은 거의 사라진 모습도 담겨 있다. 

지역과 관련한 방언 ‘찌크린다, 얼짐에, 봉창, 여의살이, 뒷서들이, 생내기’를 비롯해 ‘원두 첨지 3년에 문상꾼 떨어진다, 중이 장판에 가서 화나는 이치, 캐놓은 재내가 먹는 재내보다 낫다, 메기가 아가리 크다고 더 먹나? 떼 꿩에 매 놓아서 두리번거린다, 촌닭 관청에 간 것 같다, 오뉴월 보리단술 변하듯, 천둥에 개 뛰어들듯이, 손끝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기, 쥐 소금 먹듯이, 호랑이 새끼 치게 생겼다, 처녀는 총각 구덕, 물 묻은 바가지 깨 들어붙듯’ 등의 속담도 실려 있어 연구 자료로써 활용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