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불신 깊은 젊은이가 생불(生佛)을 찾아 집을 나섰다. “그 살아있는 부처님은 저고리를 뒤집어 입고 있으며 신발을 거꾸로 신고 있다”는 말을 듣고 그런 모습을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열심히 찾아 헤맸다. 작열하는 태양빛도, 거친 비바람도, 사나운 눈보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풍찬노숙을 거듭했지만 생불을 찾을 수가 없었다. 힘들고 지쳤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저고리를 뒤집어 입고 신발을 거꾸로 신은 살아있는 부처님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불심이 부족한 탓에 부처님을 만날 수 없다고 자탄하면서 간절히 애타는 마음을 접고 터벅터벅 힘없이 집으로 돌아간다. 산넘고 물건너 겨우 집에 다다랐을 때는 어느 덧 저녁 무렵이었고, 부슬거리던 빗줄기가 갑자기 굵어지며 제법 세차게 부려졌다. 방 안에서는 홀어머니가 희미한 호롱불 아래서 집나간 아들의 옷을 깁고 있었다. 자나깨나 아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어머니였다. 그 날도 어머니는 혼잣말로 “밥이나 굶고 다니지는 않는 지”라고 되뇌이며 한숨까지 곁들였다. 마당에서 문창호지에 비친 어머니의 모습과 그 말에 새삼 어머니에 대한 정이 울컥 솟았다. “어머니! 어머니!” 아들의 부름에 어머니는 워낙 반가운 나머지 저고리를 뒤집어 입고 신발을 거꾸로 신고 마당으로 뛰어나와 궂은 비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꼬옥 껴안았다. 순간 아들은 “아니, 어머니가 살아있는 부처님이시잖아? 우리 어머니가 바로 내가 그토록 열망하던 부처님이시네”라며 춤을 덩실덩실 추었다.
사실 모성(母性)은 불성(佛性)이다. 자식에 대한 끝없는 헌신으로 나타나는 모성이야말로 위대한 사랑의 극치다. 그래서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만큼은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한없는 자애와 희생이라는 진짜 강한 모습으로 끝까지 헌신한다. 거래가 아닌 사랑의 본능이기에 대가를 바라지도 않는다. 일구월심 그저 자식이 건강하고 잘되기만을 바란다. 또 자식 잘되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래도 훗날 자식들이 외면하면 인간이기에 간혹 섭섭함을 느끼는 게 또 인지상정이다. 다들 불심으로 키운 자식들이지만 시대가 변해 어머니가 베풀어 준 은혜의 천분지 일도 못갚는 자식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 됐다. 이름하여 불효시대, 참으로 안타까운 세태다. 
/서재철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