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넣자니 불안하고 빼자니 대체할 선수가 없고.'

 외국인 선수 헥터 소토(33)를 바라보는 현대캐피탈의 속마음이다.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은 지난 2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NH농협 2010~2011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0-3(29-31 22-25 18-25) 완패를 당했다.

 이 날 승부는 외국인 거포 싸움에서 갈렸다. 가빈은 31득점 공격성공률 60.86%로 삼성화재에 첫 승을 선사했다. 현대캐피탈의 집중 견제에도 불구하고 높은 타점으로 코트를 맹폭했다.

 반면 소토는 비교적 저조한 15득점 공격성공률 48.27%에 그쳤다. 외국인 라이트 공격수로서 한참 모자란 수치다. 더군다나 중요한 순간마다 범실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1세트 23-23에서 가빈에게 블로킹을 당한 것은 이날 경기 향방을 결정했다. 이 공격실패로 자신감을 완전히 잃은 소토는 이후 연타로 일관했고 끝까지 컨디션을 되찾지 못한 채 패배의 멍에를 뒤집어썼다.
 
 한 때 세계 최고 자리에 군림하던 소토는 큰 기대 속에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2006년 월드챔피언십과 2007년 배구월드컵 득점상 등 명성면에서는 단연 최고였다.

 하지만 소토는 시즌 내내 과거의 위용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아버지를 간호하느라 1년을 쉰 것이 배구생활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김호철 감독은 그동안 수 차례 위기에도 소토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정규리그 막판에는 출전 시간을 배려하면서 컨디션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는 "소토의 몸이 좋아졌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소토 역시 "플레이오프에서는 달라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뚜껑이 열려도 결과는 비슷했다. 김 감독은 1차전을 마친 뒤 소토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렇다고 소토 없이 경기를 치르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컨디션 회복을 바라만 봐야 하는 상황이다.

 김 감독은 "좀 답답하다. 소토가 세터들과 조금 맞지 않는데 그 정도의 공은 공격수가 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장 답답한 이는 소토 본인이다. 옮기는 리그마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자부심은 진작에 사라졌다. 소토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남지 않다. 최악의 경우 플레이오프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이대로 보따리를 쌀지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연출할지는 소토 본인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