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혜영 작가에게 있어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는 함께 나이 드는 친구 같은 존재이자,  일상의 의미를 곱씹게 만드는 시다.

표 작가는 ‘내가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등의 싯구에서 영감을 얻어, 일상의 심상을 그림으로 옮겨낸 ‘즐거운 편지전’을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열고 있다. 

시인이 말하는 사소함은 간절한 그리움의 반어적 표현이라 여기는 표 작가는 사소한 일상에서 두리번거리며 찾은 외로움과 그리움, 그 속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자신만의 작품세계로 펼친다. 하지만 작품 속 이미지들은 전혀 사소하지 않으며, 한 편의 시를 쓰듯 잔잔하고 평화로운 색과 터치를 보여준다. 마치 황 시인의 ‘즐거운 편지’ 한 편을 그림으로 그려낸 듯 말이다. 

또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는 문장을 인용해 표현한 작품에선 자연의 순환과 같이 인간의 세월 역시 기다림으로 점철됨을 담아내고 있다.

그는 그림과 함께 한 가을이 가고, 눈 내리는 겨울과 찬란한 봄에서 길어 올릴 작품들을 기다리며 즐거운 편지를 쓴다.

작가는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서양화 전공)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2017 꿈-우리 인간은 꿈같은 걸로 만들어져 있거든 등의 기획초대전에 참여했다. 이번 전시는 7번째 개인전이다.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