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이란 무엇일까 하고 자문해볼 때가 있다. 사전적인 뜻을 몰라서가 아니다. 국어사전이 설명하는 뜻풀이를 읽어보자면 여름 한낮에 마시는 미지근한 수돗물 같다. 비위에 맞지가 않다. 한 마디로 말해서 맛이 없다. 그런데 나는 내면이 여리고 섬세한 아이에게 도덕성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는 걸 안다. 그 물음이 어쩌다 물어보면 진지하게 대답하는 기회도 되고 해서 좋을 법도 하련만 그게 아닌 경우도 있다. 걸핏하면 고개부터 떨구고 보는 반성벽이 있는 소년이라면 도덕성을 지나치게 따지지 않아야 한다. 그것은 앞으로 길게 남은 인생을 너무 피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반성벽이 지나치다보면 정신에 혼란이 오고 때로 우울증도 올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도덕성은 우선 그 무엇보다도 건강해야 한다고 믿는다. 아무리 도덕성이 높아도 그게 사람을 병들게 하는 것이라면 노 탱큐이다. 그래서 지나치게 의인이 되는 것을 경계한 잠언의 말씀은 지혜 그 자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나의 젊은 친구들 중에는 그걸 잠시 망각하는 이가 있는 것 같다. 아마 피가 깨끗해서 그럴 것이다. 피가 깨끗하다는 것은 좋지만 그게 인생 졸업을 앞두고 있는 어른들의 체험이나 경륜보다 앞설 수는 없는 법이다. 어른들의 충고가 젊은 친구들의 입에서 구닥다리로 매도되는 것을 지켜보다 보면 서글픈 생각이 든다. 좌로나 우로나 극단을 걷는 것은 위태로운데 말이다.
어른들의 체험과 경륜이 조직에서나 사회에서나 존중받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도덕성 때문이다. 그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적을 하자면 나이든 기성세대들 중에는 고개를 흔들어주고 싶을 만큼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이 있다. 작은 조직이건 큰 조직이건 그런 사람들이 꼭 하나 둘 섞여 있어서 문제이다. 국가 사회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지도층의 면면을 보면 도덕성과는 거리가 먼 이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중에는 국민으로서 최소한 지켜야 할 도리인 납세의 의무나 국방의 의무마저도 생략해버린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들은 국민을 상대로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덕성의 모범이 없는 이들이 높은 지위에서 떵떵거리는 것은 블랙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그 모두가 친일파를 청산하지 않은 부도덕성에 연원이 있지 싶다.
도덕성이라면 어떤 사람들은 성도덕부터 떠올린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성도덕 문제를 비켜 가면서 도덕성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핵심을 비켜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오늘날 성도덕과 관련해 존경받는 사람이 과연 누구이겠는가. 예전에 권력자의 경우나 재벌의 경우를 보면 축첩을 하지 않은 이들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보통사람들의 입에는 가십거리가 늘 풍부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성도덕에 관한한 후안무치의 경지에 도달한 이들이 현 사회에도 많은 게 확실하다. 세상을 또다시 떠들썩하게 한 장자연의 편지 사건만 보아도 그렇다. 탤런트 장자연을 자살로 몰고 간 사건의 실체가 있건만 법정은 편지의 진위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장자연과 관계한 장본인들은 지금쯤 어둠 속에서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 쟁점을 일으킨 편지가 가짜라고 판결이 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신정아 씨의 에세이집이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거기 유명 인사들의 이름이 실명으로 거론되면서 그들의 성도덕의 수준이 형편없었음을 폭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있다. 그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지만 이런 때 생각나는 속담이 있다. 아니 땐 굴뚝에는 연기가 날 리 없는 법이다.
/이희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