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이 찾아오는 것은 축복이다. 봄은 아주 특별한 손님이다. 봄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 봄은 다른 계절과 달리 전령사가 있다. 정확히 따지자면 여름에게도 겨울에게도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전령사가 있기는 하다. 그래도 사람들은 속으로 내켜하지 않는다.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봄의 전령사와 가을의 전령사이다. 그런데 나는 봄의 전령사를 더 좋아한다. 가을의 전령사도 반갑기는 하지만 크게 후대하고픈 마음까지는 일지 않는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봄의 전령사를 만나면 다들 봄 마중을 나가고 싶어 한다. 가을의 전령사를 만나면 나는 구태여 그러고 싶지는 않다. 아마 그래서 그럴 것이다. 봄마중이라는 단어는 있어도 가을마중이라는 단어는 없다.
한반도의 봄은 참 아름답다. 한반도에는 봄을 알리는 전령사들이 많다. 우선 풀꽃들이 생각난다. 눈 녹은 물로 꽃을 피운다는 복수초가 있고 노루귀가 있다. 파란 눈으로 생글생글 웃는 낯을 하는 개불알풀도 있다. 그런데 나는 이 이름이 싫다. 맨처음 누가 그런 몰상식한 이름을 붙여줬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보아도 개불알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들꽃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어느 사진작가가 붙여준 이름인 ‘봄까치꽃’을 더 선호한다.
한반도의 봄은 참 아름답다. 꽃나무마다 자기가 봄의 전령사라고 소리 높이 외치며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나는 오십 대 후반인데도 어느 꽃나무가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지 분간을 못하고 있다. 매화꽃이 먼저 피는 꽃인가 싶으면 산수유꽃이 먼저 피는 꽃 같기도 하다. 나는 일부러 시골로 나가서 자세히 비교해 본 적이 여러 번 있다. 그런데도 오늘날까지 확답을 못 내리고 있다. 여태 확답을 못 내리는 것을 나는 기쁨이라고 생각하지 어리석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반도의 봄은 참 아름답다. 눈길을 끄는 꽃나무는 매화나무와 산수유나무만 있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미처 말해주지 않아서 그렇지 살구꽃도 일찍 피는 꽃이고 백목련도 일찍 피는 꽃이다. 아마 그 다음이 동백꽃이고 개나리꽃이고 진달래꽃일 것이다. 그러나 그 순서를 따지는 것이 무슨 대수이랴. 나는 봄에 피는 모든 꽃들을 봄의 전령사라고 불러주고 싶다. 날씨가 완전히 풀려야 화려한 얼굴을 드러내는 벚꽃까지도 나는 봄의 전령사로서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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