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숨(대표 정소영)에서는 정소라 작가의 ‘불편한 상황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Ⅲ’전이 열리고 있다.

블랙유머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펼쳐온 정소라 작가. 그간 교통사고와 입으로 쉽게 흘려버리는 단어를 교묘하게 연결, 타인의 고통을 무심하게 관람하고 소비하는 인간 심리를 연출해 왔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그 전과는 또 다른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자 한다. 반반으로 쪼개져 잠식되어가는 고가의 차량은 인간이 욕망하는 마음속에 부유함에 대한 빈곤한 처지에서 느껴지는 박탈감과 부를 쟁취 하였음에도 느껴지는 헛헛한 부유함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데페이즈망(낯익은 물체라도 그것이 놓여 있는 본래의 일상적인 질서에서 떼어내져 뜻하지 않은 장소에 놓이면 보는 사람에게 심리적인 충격을 주게 되는 현기법)을 빌려 싱크대 위에 무심히 걸려 있을 고무장갑을 사고차량 창문에 걸쳐놨다. 

그 이질적인 광경은 마치 소리 없이 격렬하게, 방금 생사를 달리한 누군가의 마지막 구원을 바라는 손을 연상케 한다.

작가는 “그 동안 스냅 샷처럼 순간에 집중하던 번데기와 같던 모습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관객과 자신에게 조금 더 깊고 진한 스스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작품 속 인생의 과도기를 숨김없이 드러낸 이번 전시회가 많은 이에게 보석과 같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10번째 개인전으로 오는 4일까지 진행하며, 총 10점의 작품과 소품을 전시한다.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