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학교폭력 사항과 관련한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의 감사자료 제출을 거부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에게 벌금 700만원을 확정했다.

김 교육감은 벌금형을 받았지만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돼 직위는 유지된다. 당선 무효는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 받을 경우에만 적용된다. 

대법원 3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 교육감의 상고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 교육감이 전북교육청 소속 공무원들과 관내 학교 교장들에게 교육부의 특정감사 자료 제출요구를 거부하도록 지시한 것은 교육부 감사활동에 협조할 의무가 있는 이들에게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육부 장관과 다른 견해로 요구를 거부하게 한 김 교육감의 지시는 정당한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 없다"며 "김 교육감의 지시로 소속 공무원과 학교장들이 감사자료 제출 요구에 불응한 것으로 보아 지시와 감사자료 제출 거부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김 교육감은 해당 훈령 관련 헌재의 위헌여부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헌이라고 생각하고 자의적으로 감사자료 제출을 거부하라는 위법한 지시를 했다"며 "당시 미필적으로나마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김 교육감은 지난 2012년 12월 교육부에서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라는 지침과 관련해 특정감사 자료 등을 제출하지 않도록 전북교육청 공무원들과 관내 고교 교장들에게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교육부 특정감사단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회의결과 및 학교생활기록부 등의 자료와 각 학교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했는지 여부, 가해학생 인원, 학교폭력 조치사항의 학생부 기재 여부 등 확인서 등의 제출을 요구했다.

1심은 김 교육감 지시로 학교장 등이 교육부 감사자료 제출요구에 불응한 것은 인정되나, 직권을 남용했거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교장들은 교육부와 김 교육감의 지침이 상충됨을 알 수 있었고 진술 등에 따르면 스스로 소신에 의해 감사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김 교육감은 해당 훈령이 학생들의 인권에 반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일부 자료만 제출 거부를 지시했는데 직권남용이라거나 그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김 교육감이 직무권한을 불법으로 행사해 감사자료 제출을 거부하게 했다며 1심을 깨고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교육청 공무원들과 산하 학교장들에게 감사자료 제출을 거부하게 해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국가기관인 교육부의 정당한 감사가 방해됐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