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이 내국인 노동자의 절반 수준인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함으로써 건설사가 중간에 챙기는 공사비가 공공건설현장에서만 연간 1조 8,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3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실의 분석에 따르면, 공사비 책정의 기준이 되는 ‘개별직종 시중노임단가’는 일당 평균 18만6,963원이었다. 즉, 건설노동자 1명이 하루에 18만6,963원을 받는 것으로 가정하여 건설사에 지급하는 공사비 계산의 기준이다. 이는 건설업 현장 노동자가 내국인임을 전제로 하여 편성된 예산으로서, 매년 임금 상승으로 지난 5년간 평균 32%의 상승률을 보였다.

그러나 실제 공공건설현장에서는 이미 외국인 건설노동자가 상당수 고용되는 것이 실정이다. 

정동영 의원실이 지난해 7월 붕괴사고가 발생했던 영광 칠산대교 공사현장(익산지방국토관리청 발주)의 일용노무비지급명세서를 분석한 결과, 외국인노동자가 전체의 66%, 3분의 2를 차지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또한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서해선 제2공구 현장 역시 외국인노동자 비율이 47%에 이른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의 평균 일당은 8만5,175원이다. 정부 공사 현장에 실제 투입된 외국인 노동자 수는 내국인 노동자의 두 배 가까이 되지만, 임금은 내국인 노동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함으로써 1인당 하루에 10만1,788원을 빼돌릴 수 있다.

정동영 의원실은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함으로써 건설사가 중간에 인건비 차액으로 챙기는 몫은 연간 1조 8,000억 규모로 추정했다. 

통계청에 의하면 2016년 국내 건설기성액은 232조원 규모다. 이 중 공공공사의 비중은 30%로 약 70조원에 이른다. 또한 건설노동자의 평균 노동일은 149일(건설근로자공제회)이며, 2015년말까지 퇴직공제에 가입된 적 있는 외국인노동자는 39만 2,000명이다. 

국내 건설기성액 중 건설노동자 수를 근거로 추산하면, 약 70조원의 공공공사 계약 시 내국인 임금을 기준으로 공사비를 받은 건설사는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함으로써 연간 1조 8,000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파악된다.

정동영 의원은 “정부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 실업을 극복하고 경제의 활력을 만들겠다며,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가 발주한 공공현장의 일자리는 외국인 노동자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특히 노동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국민의 세금은 중간에 원청(재벌)기업이 가로챘다”며, “정부는 노동자 임금을 직접 지급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하는 공사에서 세금이 올바로 사용되지 않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또, “일한 만큼의 대가가 제대로 지급되기만 한다고 해도 더 많은 청년들이 건설현장을 찾을 것”이라며, “공공현장에서 적정한 임금을 받은 노동자가 기술력을 높여 나가는 것이 산업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