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은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서 자란다. 멀리 티베트와 베트남 지역에서도 자란다. 그러니까 쑥은 아시아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아는 식물이다. 한국에서 쑥이 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아무에서나 쑥쑥 잘 돋아난다고 해서 그렇다는 그럴듯한 이야기가 있다.
요즘 햇볕이 따스하다. 나무들은 아직 봄 기분을 내기에 인색하지만 풀들은 그렇지 않다. 춘분이 멀지 않은 이때 시골의 들로 나가서 쑥을 캐보는 것은 어떨까. 신세대들은 쑥을 캐는 것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겠지만 나이가 든 세대들은 그렇지 않다. 나이 많은 어른들이 쑥을 캐는 것은 향수를 캐는 것이라고 보아 틀림이 없다.
쑥은 아무에서나 잘 자라지만 사람의 발길이 뜸한 논두렁이나 양지바른 둔덕에서 돋아난 것이라야 나물로서 제격이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쑥은 국화과식물이면서 그 종류도 많다. 그러나 쑥의 종류를 일일이 따지는 것은 전문가에게나 맡겨두자. 일반인이 보기에 쑥은 그 생김새가 비슷비슷하고 거의 똑같다.
사람들에게 봄쑥은 좋은 먹을거리다. 그런데 사람들이 언제부터 쑥을 먹기 시작했을까. 그것을 자세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도 짐작은 할 수가 있다. 삼국유사를 읽어보면 단군신화가 있는데 거기 사람이 되기를 갈망한 곰과 호랑이의 이야기가 있다. 그 곰과 호랑이에게 주어진 먹을거리가 바로 쑥과 마늘이다. 그걸로 보아 한국인들이 쑥을 먹은 역사는 아주 오래이다.
쑥은 어린잎과 뿌리를 먹는다. 쑥은 그 향미가 일품이다. 된장을 묽게 풀어서 끓인 쑥국은 어떤 미식가에게 소고깃국보다도 낫다. 쑥은 봄에 캐서 말려두면 나중에 쑥떡을 쪄 먹는데도 유용하다. 쑥떡이 아니라도 좋고 쑥버무리가 아니라도 좋다. 어떤 가정에서는 밥을 지을 때 쑥도 함께 넣어서 식탁에 비빔밥으로 올려놓기도 한다.
쑥은 한방에서 약애(藥艾)라고도 한다. 단오를 전후로 해서 캐 두었다가 약재로 쓰는 것이다. 지혈, 복통, 생리불순, 자궁출혈, 구토, 위장병에 효과가 있다고 백과사전은 밝히고 있다. 요즘에는 쑥뜸의 인기가 대단하다. 어느 대중목욕탕에는 쑥 탕도 있고  쑥 한증막도 있다. 나는 사춘기 시절 어느 한 여름에 더위를 먹고 고생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어머니가 준 쑥 생즙을 여러 날에 걸쳐 마시고 기력을 회복했다. 그때의 쓴맛이라니 보통 고역이 아니었다. 그래도 나는 가끔 그때가 그립다.
 /이희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