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반영하는 예술, 역사의 부침 속에서 예술은 결코 단선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이 같은 이유로 예술에는 다양한 시각과 해석이 공존한다.

특히 현대미술 작가들은 현대문화의 흐름에 맞춰 작가의 개성이 담긴 새로운 표현기법을 시도하고 있다.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장석원)은 현대미술의 다양한 문화적 시각과 정체성이 담긴 30~40대작가들의 전시 ‘의외로 심플한 현대미술’전을 오는 7일부터 내달 20일까지 연다. 오픈식은 7일 오후4시.

이번 전시에선 다양한 표현 방법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는 지역출신 및 전북에서 활동하는 미술가 15인의 작품 84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의 작품은 세상을 둘러싼 해석·꿈·욕망을 도발적 혹은 우회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문민 작가는 어느 철공장에서 20년간 일하던 가장의 망치를 활용,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베이비붐 세대 아버지의 자화상을 표현한다.

박찬국 작가의 궤적 드로잉은 캔버스 위에 유한한 존재의 반복적 운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작품은 서로 충돌하면서 움직이는 원형적 형태를 통해서 절대 완벽하지 않은 모든 사물의 우연성을 이야기한다.

서완호 작가는 비닐 안에 갇혀있는 사람들을 매개로 고독과 소외, 서로가 서로에게 폐쇄적인 현시대를 사는 우리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서웅주 작가의 작품은 평면인 캔버스가 구겨져 보이는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작가는 줄무늬 색과 배경색의 구분을 통해 심리적 판단과정에서의 선입견을 꼬집고 있다.

일회용 종이컵과 여성 혹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립스틱 자국의 미묘한 만남을 담아낸 유용상 작가는 현대인들의 일회적인 사랑과 순간적 욕망에 담겨있는 영원성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갈망을 드러내고 있다.

임희성 작가는 투명한 재료인 비닐에 흔적을 남기고, 6~10번 겹쳐서 새로운 산수화를 구현했다.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의 형상을 살찐 쥐로 의인화한 차건우 작가. 그는 쥐를 현혹해 끌고 가는 피리 부는 살찐 쥐를 부정과 비리를 일삼는 고위층으로, 끌려가는 쥐들은 권력층에게 아첨하며 그를 따르는 무리로 은유한다.

이문수 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은 “현대미술의 동력은 다양성에 있다. 현시대가 불확정성과 모호함으로 치장된 시대이므로 탈 맥락을 요구하고 있고, 현대미술은 그 요구들을 수용해서 표현하기 때문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대미술은 편견이나 상식을 내려놓고 바라보면 의외로 심플하다”고 이번 전시를 소개했다.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