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왜소화를 부추기는 결정적 원인 중 하나가 바로 호남권 관할 공공-행정기관의 지나친 광주 편중(90%)이다. 전북지역도 어엿한 광역자치 지역이건만, 소위 효율 중시의 정부 방침에 따라 산하 및 관련기관들의 통폐합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모든 것이 광주로 집중되다 보니 대기업들 마저 덩달아 답습, 광주 편중이 심화돼 왔다. 최근 도내에서 집중 성토됐던 KOTRA 전북무역관의 35년 만의 폐쇄, 통계청 전북통계사무소의 광주사무소로의 흡수, 한국은행 전북본부의 기능축소와 전주전파관리소의 광주 통합 움직임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결국 호남의 중심은 광주가 됐고, 우리 전북지역은 그 변방으로 전락하는 과정들이 간단없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며 과거 역대정권 하에서 꾸준히 이뤄졌지만, 그들 탓만은 아닐 터다. 이를 지켜내지 못한 도민 전체의 책임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과거 군부독재나 경상도 정권에선 그랬다 치더라도 정권을 창출했고 또 재창출로 정부 주요 요직들을 차지하고 있었던 과거 10년 동안 오히려 우리는 역차별을 당했다. 그런 과정에서 도민들은 도민들대로 뭔가 당당히 요구하기 보단 황색 지향의 몰표 몰아주기라는 '한풀이'에만 연연했고, 불만을 어떤 동기나 생산적 태도로 승화시키지 못한 채, 그저 불평과 원망 속에 패배의식만 키웠다. 그러는 사이 광주-전남으로 다 빼앗겼다. 심지어 예항으로서의 멋과 산물풍요 속에 쌓았던 '맛' 마저 다 넘겨주고 말았다. 그렇게 우리는 야금야금 먹혔고, 더욱 확장된 패배주의에 함몰돼 지금은 초라한 변방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 변방화는 갈수록 더욱 심화-고착될 것이다.
더욱 절망적인 건 그렇다고 머지않은 미래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날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도민적 기대를 모았던 새만금만 보더라도 명색이 국책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착공 20년 동안 겨우 해 낸 것은 방조제 하나 뿐이다. 내부개발을 마치려면 향후 20년이 더 소요된다지만 그것도 예산 관계로 장담을 못한다. 이제는 도민이 정말 깨어나야 한다. 그리고 지켜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