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의 지각판들을 생각한다. 지난 20세기는 지진의 세기였다. 21세기도 그럴 공산이 크다. 10여 년 동안 지진의 빈도수와 사망자들을 볼 때 더하면 더 했지 못하지 않을 거라는 진단이다.
일본 도호구 지진의 규모가 공식적으로 나왔다. 리히터 규모 8.8을 말했는데 지금은 9.0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해일이 해안의 마을들을 덮쳤을 때의 시속이 800km라고 했었는데 700km로 수정 발표됐다. 어쨌든 일본의 센다이를 강타한 이번의 지진은 악명을 떨친 대지진의 명단에 들게 됐다.
역사상 가장 강렬했던 대지진은 리히터 규모만을 놓고서 따진다면 1960년의 칠레 지진으로 9.5를 기록했다. 두 번째 강진은 1964년에 알래스카에서 발생했는데 9.2를 기록했다. 세 번째 강진은 2004년에 있었던 수마트라 지진인데 9.1을 기록했다. 그때 텔레비전에 나왔던 장면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때도 쓰나미 때문에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미얀마 인도 스리랑카 등 인도양 해역에서 사망자가 속출했었다.
그러나 리히터 규모가 아닌 인명 피해만을 놓고 보면 악명의 순서가 달라진다. 20세기 역사상 최악의 대지진은 1976년에 중국에서 있었다. 탕산은 수도 베이징의 옆에 있는 도시였는데 그 도시가 흔적 없이 궤멸돼 버렸다. 중국 당국은 공식 사망자 수를 24만 명 정도라고 발표했으나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기란 곤란하다. 사망자 수를 축소하여 발표한 혐의가 짙다. 왜냐하면 탕산시가 그렇게 작은 도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그때 사망한 사람이 60만 명에서 65만 명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 경제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준 지진은 어떤 지진일까. 전문가에 따라서 1923년에 있었던 도쿄 지진을 꼽기도 하고 1995년의 한신(阪神) 곧 고베 지진을 꼽기도 한다. 시대적인 차이가 70여년이나 나니까 산술적인 비교가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 고베시가 당한 피해만을 들자면 이렇다. 사망자는 6천3백 명이 넘고 부상자는 4만 명이 넘는다. 조선 산업과 철강 산업의 중심지였던 고베시가 입은 물적 피해액은 14조1천억 엔이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192조 원에 이른다. /이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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