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맨스(남자들의 우정)라는 말이 제법 잘 어울리는 박남재 화백과 최승범 시인.

전북을 대표하는 두 원로 예술인은 젊은 시절부터 희로애락을 같이 하며 응원하는 사이. 이들은 서로를 뮤즈로 꼽는다.

전주 누벨백미술관은 ‘박남재 화백과 최승범 시인의 운명 같은 동행’ 기획초대전을 마련한다.

이번 초대전은 고교 선후배로 시작한 올해 미수의 박남재 화백과 87세인 최승범 전북대 명예교수의 60년 동안 이어져 온 우정과 예술적 교류를 조명한다.

최영희 누벨백미술관 관장은 “난초 향기처럼 맑고 깊은 두 거장의 60년 우정을, 예술의 혼으로 화선지에 실었다”며 “미술계와  문학계에서  독보적인  두 거장의  예술세계와 두터운  우정을  통해  삶의 훈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시는 고하 최승범 선생이 자필로 자작시를 쓰고 박남재 화백이 나란히 이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 완성한 시화 ‘잎눈 트는 속에’ ‘세심’ ‘수심가’ ‘동화’ ‘청매’ 등 20여 점을 선보인다.

‘푸른 산골 물 흐르듯 맑은 가락으로만/ 국화꽃 따들고 남산 보던 마음으로만 다스려/ 어줍잖은 세월도 웃고 살 순 없을까.’(‘어줍잖은 세월도’ 중)라는 최 시인의 시에, 박 화백은 그만의 작품관이 표출되는 붉고 기운생동한 산맥을 그렸다. 작품에는 흐르는 세월에도 변치 않는 그의 정신과 역동성이 드러난다.

고하 최승범 작가는 “박남재 형과의 호칭을 생각해본다. 교수·학장·서양화가·미술평론가·대한민국예술원상 수상작가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나는 그동안 일상 형, 남재 형의 호칭을 사용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이들이 모여 예술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작업에 응원만 해왔다. 이제야 남재 형과 함께 무언가를 이뤄보게 됐다. 나는 시를 쓰고 형은 그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렸다. 우리가 함께 예술적 무언가를 남길 수 있음에 거듭 기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시 소회를 밝혔다.

이에 박남재 화백은 “최학장과는 청년기부터 오랜 세월을 함께 하면서 수많은 추억과 애환을 공유했다. 고고하고 기품 있는 그를 대할 때마다 선비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며 “승범 아우! 나보다 먼저 가지 말게나. 밥 잘 먹고…”라며 애틋한 마음을 전한다.

전시는 오는 7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