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잘 진행되는 줄 알았던 전라감영 복원사업이 사실상 중단된채 표류하고 있다니 너무 답답합니다.
전라감영은 전라도 감사(監司-관찰사)가 정무를 보던 관청 이름이지요. 조선 왕조가 태조4년(1395년)에 전국에서 최초로 설치한 유서깊은 감영으로 지금의 전라남북도, 광주, 제주를 관활했었지요. 전체면적이 1만2000평 정도로 5000평 규모의 구 도청사를 비롯, 전동성당 부지를 포함한 인근 일대가 전라감영 자리였지요. 아무튼 호남과 제주를 호령하던 이 전라감영은 관할지역의 명실상부한 정치, 행정, 각종산업, 문화예술의 중심지였고, 그것은 이 지역 특히 전주의 자존심이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일제 감정기를 거치를 포함한 근현대를 거치는 100여년 동안 전라감영의 전주는 왜소화의 길을 걸어야 했지요. 전라도는 남북으로 갈렸고, 제주는 떨어져나갔고, 설상가상으로 광주는 광역시로 승격되면서 호남의 중심지로 자리매김되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전라감영을 안고 있다는 그 영화는 쇠락으로, 그 자존심은 소외감과 패배의식으로 대체되면서 전국에서 가장 못사는, 그야말로 낙후의 표상처럼 되고 만 게 오늘의 우리 전주이며 전북입니다.
지금 전북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뭐니뭐니해도 도민의 움추린 의식이지요. 도무지 기백도, 자존심도, 진취성도 없지요. 그저 안된다는 패배의식에 젖어있습니다.
이를 치유하고 전북인다운 전북인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선 뭣보다 전라감영 복원이 꼭 필요하다는 게 뜻있는 사람들의 일관된 주장였지요. 아울러 전주문화산업진흥을 위해서라도 전라감영이 시급히 복원돼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였다는 말입니다.
그것이 벌써 유종근 지사 때의 얘깁니다. 당시 다행히 힘 있던 지사여서 중앙정부로부터 특별교부금 500억원까지 따와 감영 자리인 구 청사부지를 제대로 확보할 수 있었지요. 그 뒤 강현욱 지사 때 관련 추진감담회, 공청회 등이 계속 열렸고, 현 김완주 지사 들어 잠시 설왕설래하더니 전주시가 제안한 전라감영복원 통합추진위원회에 호의적 입장을 나타내 전주시로 하여금 보다 활발히 추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지요. 전주시의 송하진 시장은 곧장 추진위 정비, 발굴조사, 기본계획 수립 등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줬기에 뭔가 잘 돼가는 줄 알았었습니다. 더우기 선화당 위치까지 확인된 마당였기에 한 껏 기대를 갖고 있었지요. 그런데 예산확보와 중앙정부와 전북도의 의지 등 뭔가 확실한 후속조치들이 없어 계속 제자리 맴도는 양상입니다. 아무튼 송시장이 잘해 낼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과 애정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 서재철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