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의 화룡점정인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기자회견이 지난 2일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를 비롯해 <노무현입니다:N 프로젝트>의 이창재 감독, <시인의 사랑>의 김양희 감독, <초행>의 김대환 감독이 참석했다.

그 동안 한국영화 2편, 외국영화 1편으로 제작됐던 전주시네마프로젝트가 전례 없이 3편 모두 한국영화를 택한 것은 오랜 침체기에 빠진 한국독립영화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

김영진 프로그래머는 “작품 3편의 완성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튼실했다”고 평했다. 이들 작품이 한국독립영화를 되살리는 희망의 불씨가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창재 감독의 <노무현입니다:N 프로젝트>는 고 노무현 전대통령이 2002년 새천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는 과정을 그린다.

이 감독은 “민주당 경선은 정치인 노무현으로서의 터닝 포인트였다. 1·5선 국회의원이었던 그의 대통령 도전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 이었다”고 소견을 밝혔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경선 초기 지지율이 2%대에 그치는 군소세력에 불과했다. 낙선을 거듭하던 그가 대통령 후보가 되는 2002년 새천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결과의 대반전은 지역감정 철폐라는 노무현의 대의를 지지한 시민들의 자발적 희생 없이 설명하긴 힘들 것이다.

감독은 노무현의 공과를 다루면서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의 마무리는 한국에서 얼마나 시민사회가 성숙할 수 있느냐의 여부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암시적으로 주장한다.

감독은 “‘노무현입니다:N 프로젝트’는 대통령 당선과 진보 승리의 기록이기보다는 현대사에 있어 진보가 시민·노무현 콘텐츠를 통해 순수한 감동과 희망을 줬던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희망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양희 감독의 <시인의 사랑>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특이한 사랑이야기로 이제껏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감성을 새롭게 조명하며 아름다움의 가치를 묻는다.

그는 “전주국제영화제와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JCP) 선정작 외에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 있다. 지난해 전주프로젝트마켓(JPM)에서 처음으로 ‘시인의 사랑’을 피칭하면서 시나리오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며 “JPM에 이어 JPC의 후보가 된 것 만으로도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감독은 “ 영화 속 제주의 토박이 시인 현택기는 살아가면서 한 번도 처절함과 고통을 겪어 보지 않은 철없는 남자”라며 “작품은 시인이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시와 찌든 현실과의 괴리에서 고심하고 있던 차에 새로 생긴 도넛가게의 청년을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겪게 되는 감정의 격랑을 따라 간다”고 설명했다.

김대환 감독의 관심사는 가족이다. 외면할 수도 끌어안을 수도 없는 가족의 역설을 로드무비의 형식을 빌려 표현한다. <초행>은 김 감독이 구상하고 있는 ‘가족 3부작’의 두 번째 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김 감독은 “‘초행’은 수현과 지영의 본가가 있는 인천과 삼척을 배경으로 태백산맥을 오가는 여정을 담아냈다”고 소개했다. 그는 “영화는 소규모 스펙으로 유연하게 촬영해 그 여정에는 예상치 못했던 장면들도 표현된다”면서 이는 “매번 촬영할 때 어떤 신을 정해놓고 연출하기 보다는 항상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을 배우와 스텝들이 찾아가는 과정의 영화를 찍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