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절정에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 봄의 향연에 질세라 전주국제영화제도 다채로운 시각의 작품들을 마련하고 영화제가 갖는 존재의 의미를 한껏 발산한다.

정윤석 감독의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는 한국 사회의 불안과 강박을 조롱하는 반역적 펑크 밴드 ‘밤섬해적단’의 편력을 따라가는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 작품은 한계가 없는 표현의 해방구를 지향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올해 기조와 더 없이 잘 어울린다. 

또 고부간의 갈등을 역동적으로 풀어내는 <B급 며느리>, 부동산 자본주의 환부를 자기 가족사를 통해 해부하는 <버블 패밀리>, 사드 배치에 따른 지역의 갈등을 일상에 밀착한 카메라로 생생히 보여주는 <파란나비효과>, 국정교과서 문제를 국내외 정치지형 역사를 분석하며 접근하는 백승우의 <국정교과서>, 지난 2002년 16대 대선 당시 정당 최초로 국민경선제를 실시하며 정계에 파란을 일으킨 새천년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출과정을 담은 <노무현입니다>, 한 노인과 부부를 취재하며 열혈 박사모 회원의 멘탈리티를 해부하는 가운데 박근혜라는 신화가 어떻게 성립되고 무너지는지를 질문하는 김재환의 <미스 프레지던트>는 다양성의 증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마련된 다큐멘터리 영화들이다. 

또 전주국제영화제 전주프로젝트마켓(JPM)에서 극영화 피칭 최우수상을 수상했던 김양희 감독의 <시인의 사랑>은 예술의 초월성과 삶의 범속성을 어느 시인 부부의 일상적 삶에 극적 대비로 녹인 작품으로 ‘아름다움’의 가치를 묻는다. 시대극인 동시에 시대의 초상이었던 <네루다>는 국경을 넘으려고 시도하는 시인 네루다의 과거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데뷔작 <철원기행>으로 한국적 로드무비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김대환의 두 번째 영화 <초행>은 불안한 가족 서사를 풍경의 상처에 각인시켜 승화시킬 영화언어의 잠재력에 많은 기대를 걸게 하는 작품이다. 

<유령의 도시>는 시리아를 점령한 IS의 탄압에 맞서 ‘항거’의 양식으로 저널리즘을 택한 지하 저널리스트들의 투쟁담이다. 부르주아와 기득권을 향한 반역의 에너지를 품은 영화 <혁명을 하려던 삶의 절반은 무덤에 묻혀 버렸다>는 전 지구적인 보수화의 흐름에 저항하려는 정치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새해를 맞은 가족의 일상을 관찰한 완만한 리듬의 다큐멘터리 <새로운 해>는 치열한 속도전의 시대를 역행하는 ‘슬로우 무비’의 가치를 발견하게 한다.

1990년 데뷔한 포크 그룹 ‘16년 차이’의 현재를 그린 <홀로그램 유니버스>는 시간의 퇴적이란 무엇인가를 새삼 생각하게 만든다. 하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에서 하루 동안 펼쳐지는 네 커플의 이야기를 그린 김종관 감독의 <더 테이블>은 지금을 살아가는 여자들의 모습들이 모자이크처럼 드러난다.

어린이날에는 두 편의 애니메이션이 낮과 밤에 상영이 되는데, <패트와 매트>는 어린이날 관객들을 위한 특별 무료상영으로 선을 보이며, 밤에는 온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추억의 명화 <정글북> 극장버전이 공개된다.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