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미술관(관장 장석원)은 한국화·서양화·서예·도예분야에서 꼿꼿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하며 작가로서 면모를 키워온 원로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오는 31일부터 열리는 ‘전북의 원로작가’ 전에선 서양화가 박남재(1929), 서양화가 홍순무(1935), 한국화가 방의걸(1938), 한국화가 송계일(1940), 서예가 김종범(1939), 도예가 한봉림(1947)의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대표작을 전시한다.

미술관은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에 대한 기록물을 남기고자 작업실을 탐방해서 작품제작 장면과 인물사진을 촬영했을 뿐 아니라 예술에 대한 질의응답을 진행한 인터뷰를 실어 작가 각각의 다양한 생각들을 담아냈다. 이와 함께 원로미술가들에 대한 주요 비평·회고 등 자료들을 도록에 수록했다.

박남재 화백 작품의 중심 테제는 건강한 자연의 원초적인 회복이다. 화폭에 담긴 자연은 감성적으로 순화되어 있으며 서정적인 정서를 느끼게 한다. 김인환 미술평론가는 그의 작품에 대해 ‘자연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동시에 자연의 외피를 걸러내고 그 진수만을 포착해 나가려는 진지한 작업자세로 일관해왔다며 묘사적인 자연주의 양식에서 출발하여 그것을 극복, 탈피하려는 의지가 작용하면서 근작에 있어서는 자기갱신의 변모가 한결 눈에 띈다’고 평한다.

홍순무 작가는 격동하는 현대미술의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고향 산천과 이웃 사람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화폭에 담는다. 특히 농악을 주제로 한 작품들은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한 전북의 민중적 삶의 흥겨움을 형상화시키고 있다. 유근준 서울대 명예교수는 ‘보아서 알고 살아서 느끼는 삶의 진실만을 그린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물과 먹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목정 방의걸 작가의 작품들은 명백하게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방 화백은 ‘그림은 평생 그 안에서 울고 웃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놀이’라며 ‘거창한 회화이론이나 철학사상은 없다. 다만 그리고 싶어서 그리고 그냥 그린다’고 담담한 미소와 함께 화업의 길을 말한다.

서예가 김종범은 급히 서둘지 않고 묵묵한 걸음으로 원숙한 서경을 구축했다. 자유로운 운필로 유려함이 돋보이는 독특한 작품에는 원로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벽경 송계일 화백은 동양의 음양오행 사상에 전착해서 채색과 수묵의 조화, 먹의 농담과 진채의 조화 등 다채로운 표현으로 새로운 공간 개념을 창출했다. 단순하게 눈에 보이는 자연을 체화함으로써 무한히 가라앉은 자연의 섭리와 순환 고리를 의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한봉림 선생은 ‘현대도예가’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 다닌다. 흙과 불을 통해 추상적인 관념으로 확장하면서 영원한 운동과 생명력을 탐구하기 때문이다. 굽이치는 곡선과 뿔의 의지력, 깨진 알과 신화적 상상력 등에는 그의 실험정신이 배어난다. 최근 작품에서는 단청도료를 광목천에 뿌리고·던지고·흐르게 함으로써 원초적인 행위의 흔적을 탐색했다.

전시는 오는 31일부터 5월 21일 까지. 개막식은 31일 오후 4시.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