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질병 예방 및 보상 등에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를 축산 농가에게 부담시키는 가칭 '가축방역세' 도입을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농가 및 축산물 생산자단체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가축방역세 도입 방안 검토를 요청했고, 농경연은 최근 '가축방역세 도입 방안 검토' 자료를 내놨다.

  농경연은 자료를 통해 가축방역세는 가축질병 방역 등에 소요되는 재원 마련을 위해 과세되는 목적세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가축방역세의 납세의무 성립 시기는 소.돼지.닭.오리의 경우 가축 도축 시, 산란계와 젖소는 계란.원유 출하 시(1안), 축산법 상 축산업허가제에 신고 된 사육마릿수를 기준으로 설정하는 방법(2안) 중 한 가지를 검토하되, 소득이 발생한 이후 세금을 부과하는 1안이 바람직하다는 게 농경연의 설명이다.

 

  1안의 경우 가축 도축 당시 소유자 및 계란.원유 판매 시점의 소유자가 가축방역세 납세의무자가 된다.

  세율은 2011년 폐지된 도축세와 동일한 10/1000로 설정했으며, 1안으로 세금을 부과했을 때 도축마릿수와 도축 당시의 가축 시가로 추정한 가축방역세 규모는 2016년 기준 1762억원이 된다. 

  축종별로는 돼지가 677억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농가당 추정 세액은 돼지 1000마리 미만 사육 농가 320만원, 1000~5000마리 미만 1,469만원, 5000마리 이상 사육 농가는 6,415만원을 납부하게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농경연은 가축방역세를 납부한 농가에게만 일정기준에 의해 살처분 보상금.살처분 비용.생계안정자금 등을 지원해야 하며, 세수가 남았을 경우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가축방역 특별회계'를 설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농식품부는 이 같은 방안을 토대로 생산자단체, 지자체 등과 협의를 거쳐 가축방역세 도입을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생산자단체 관계자들은 "가축방역세 도입은 가축 질병 발생의 책임을 농가에게 전가시키는 또 다른 방안이나 다름없다"며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을 확실하게 전달했다.

  축산단체 관계자들은 "FTA 등 시장개방에 대비하기 위해 축산 농가의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하는데 정부는 농가에 대한 지원은 없이 각종 제한과 부담만 지우고 있다"며 "농가만 질병 발생 책임이 있는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농가, 일부 지역에서 발생하는 질병 때문에 전체 축산 농가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정부가 지방 재정의 어려움을 너무 쉽게 해결하려는 태도"라며 "이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축산 농가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질타했다.

  그러나 생산자단체 및 지자체의 관계자들의 반대에도 농식품부는 가축방역세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축산 농가들과 정부 간에 큰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