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전주박물관, ‘조선왕릉’ 전주전시 개최

조선왕릉은 유교의 통치 이념 속에서 절대적 권위와 위엄을 지닌 존재였던 왕과 왕비가 사후에 묻히게 되는 곳으로 생전에 거처하던 궁궐과 마찬가지로 성역으로 간주됐다. 이러한 이유로 왕릉 위치의 선정부터 건설에 이르기까지 모든 절차가 국가의 예법에 따라 신중하고 엄격하게 진행됐다.

조선왕릉은 500년 역사의 건축·조경·조각·제도·의례 등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유산이며유·무형의 요소가 어우러져 있다. 특히 조선왕릉의 대부분은 훼손 없이 온전하게 남아 있는데 이런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조선왕릉 40기(북한 소재 2기 제외)는 인류문화유산으로서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김승희)은 조선왕실의 무덤인 능의 제도와 변천을 한자리에서 살필 수 있는 특별전 <조선왕릉>을 21일부터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경복궁 소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개최됐던 동일 제목의 전시에 ‘조경단·조경묘’ 등 조선왕실의 본향인 전주지역 관련 내용을 담은 5부를 새로이 첨가했다. 또 전시관에는 유적지의 사진을 더해 왕릉전을 현장감 있게 보여주고자 했다. 

1부 ‘조선왕릉, 세우다’에서는 국장에서 왕릉의 건설까지의 과정을 살핀다. 2부 ‘조선왕릉, 정하다’에서는 왕릉의 내·외부를 구성하는 요소 및 제도를 관련 문화재를 통해 소개한다. 3부 ‘조선왕릉, 모시다’에서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산릉제례와 왕의 행차인 능행 등 왕릉 관련 의례를 선보인다. 4부 ‘조선왕릉, 돌보다’에서는 조선왕릉을 지킨 사람들과 왕릉관리 기록이 수록된 왕릉지 등을 전시한다. 

5부 ‘조선왕실, 시조를 기리다’에서는 비록 조선왕릉에 속하지는 않지만 태조 이성계의 시조인 이한의 묘 조경단과 태조의 5대조인 양무장군의 무덤인 삼척 준경묘 등 왕실의 무덤으로 추봉된 능묘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조선은 왕실의 권위와 통치의 정당성을 굳건히 하기 위해 태조 이성계의 선조를 기리는 일에 힘을 기울였다. 조경묘는 그 첫 번째 사례로, 전주 이씨의 시조인 이한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영조는 조선의 역사가 전주 이씨의 시조 인 이한으로부터 ‘오랫동안 덕을 쌓고 인을 축적한 결과’이며 이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조경묘라 했다. 이후 고종은 오랫동안 시조 이한의 묘역으로 전해 내려오던 전주 건지산에 단을 쌓고 비를 세워 대한조경단이라 명명했다.

조경단과 조경묘의 ‘조경’은 경사스러움이 시작된 곳이라는 의미로 새 왕조의 건립을 뜻한다.

조선왕릉전은 국립전주박물관 본관 기획전시실에서 4월 9일까지 열린다.

특별전 기간에는 두 번에 걸친 특별강연회 ‘조선왕릉과 풍수’(2월 23일), ‘조경단과 조경묘’(3월 2일)가 개최되고, 교사 초청 전시설명회(2월 24일)와 온 가족이 함께 참가할 수 있는 주말 전시실 활동 프로그램 ‘조선왕릉 돋보기’도 함께 치러질 예정이다.

김승희 관장은 “전주가 많은 이들의 관심지로 부상한 것은 조선왕릉의 본향이라는 점이 그 부각됐기 때문”이라며 “이번 전시는 조선왕릉의 역사성과 예술성, 그리고 우리 선조들이 남긴 문화유산의 가치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