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뭘까. 얼른 떠오르는 게 있다. 학교의 학생들이다. 공부라면 학교의 학생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학생에게 공부는 불가분의 관계니까. 그런데 공부가 과연 학생에게만 해당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일갈하며 나선 이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이면서 세계 최고 갑부 타이틀을 갖고 있는 빌 게이츠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지금 공교육 개혁을 외치고 있다. 그는 묻고 있다. 왜 교사는 남들처럼 진화하지 않고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이 공교육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미국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빌 게이츠가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했던 글의 일부를 여기 옮겨본다.
“농부, 과학자, 컴퓨터프로그래머, 운동선수들은 그전 세대보다 발전했다. 그들의 성공은 성과에 달려 있는데 그들은 최고에게 끊임없이 배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뛰어난 교육’에 대한 기준이 없다보니 교사들은 이런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빌 게이츠의 요지는 이렇다. 미국의 공교육을 개선하려면 교사들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뛰어난 교육’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한국 공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도 들어봄직하다. 그는 기고문에서 계속 말하고 있다.
“미국은 매년 5백억 달러를 교사의 연차에 따른 임금 상승분에 투입하지만 연차가 높다고 해서 학생을 더 잘 가르친다는 믿음은 잘못이라는 게 입증됐다. 정부는 교사들의 성과를 측정해서 상위 25%의 교사들에게 더 많은 학생들을 맡겨야 한다. 따라서 여분의 돈 일부는 상위교사들에게 인센티브로 더 주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돈으로는 하위교사들을 재교육하는데 써야 한다.”
물론 한국에는 미국이 그런 것처럼 ‘뛰어난 교육’에 대한 기준이 없다. 그러기에 한국 공교육의 발전을 위해서 빌 게이츠의 주장은 숨을 고르면서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다.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액면 그대로 도입해 실시했다가는 큰 위험이 따를 수 있다. 빌 게이츠의 주장을 잘못 받아들이면 독재적이고도 파격적인 피 냄새가 진동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도 빌 게이츠가 한 말은 장기적으로 한국의 공교육을 위해서 유효하다. 교사들도 공부를 해야지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옛 것이 편했던 교사들은 심각하게 묵상해 볼 일이다.
/이희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