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 간다’가 애잔하게 흐르며 부활한 국립민속국악원(원장 박호성) 브랜드 창극 <나운규, 아리랑>시즌2.

초연 당시, 극이 다소 어렵게 느껴진다는 반응에 따라 이번 작품에는 창극의 정석을 반영했다. 창작인 만큼 작품을 원활하게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음악을 비중을 높이고 수정 및 보완했다.

극 대부분의 장면에 배경음악을 깔고 방창에는 인물들의 삶에 대한 철학까지 녹여냄으로써 작품의 흡인력을 높이고자 했다.

배우들의 소리와 합창으로 들려주는 아리랑·구아리랑·진도아리랑·밀양아리랑·해주아리랑·상주아리랑을 비롯해 윤현구와 최영희의 아리아는 긴장과 이완의 완급을 적절히 조절하며 유연히 흘러 대체적으로 무난하다는 평이다.

작·편곡을 맡은 황호준 작곡가는 “극의 대사를 집중해서 들어야만 이해되는 장면들도 음악의 정서적 흐름 안에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전개된다”면서 “극중 대화의 감정들을 음악에 이입하여 설사 연결의 리듬을 놓친다 해도 선율(가락) 안에서 극이 읽힐 수 있도록 착시효과를 연출했다”고 했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초연과 비교해 극에 억지로 몰입하는 부담감이 덜 했을 뿐 아니라 복잡한 구조가 한 꺼풀 들춰져 내용이 쉽게 전달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대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영화인 나운규(1902~1937)의 도플갱어인 창극배우·변사 나운규의 삶과 그가 생전에 제작한 영화 아리랑(1926년 작)의 줄거리가 창극으로 재현된다.

작품은 이중 구조로 따로국밥 인 듯 보이지만, 굴곡진 인생사를 닮은 아리랑 고개를 넘어야 했던 주인공들의 삶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창극배우 나운규에게는 자신을 포함한 애증의 가족·예술이, 영화 아리랑 속 최영진에겐 개와 고양이 같은 악덕 지주와 마름의 관계가 넘어야 할 인생의 고개로 존재한다.

극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통상적인 삶이라 공감 가는 부분이 적지 않으나 보화의 ‘벙어리 삼룡이’ 회상에서 보화가 불길 속으로 사라진다던가 가족에 용서와 화해를 청하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생뚱맞게 다가온다.

이에 나운규가 아리랑 이후 활발한 활동을 펼쳤으나 대중적 영화에서, ‘잘 있거라’를 비롯해 사회극 영화 ‘사나이’ 나도향의 문학작품 ‘벙어리 삼룡’ 같은 예술적 영화제작으로의 전향에따른 재정적 갈등·고통이 부연 설명된다면 극이 매끄럽지 않을까 싶다.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