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미술관(관장 장석원)과 광주시립미술관(관장 조진호)은 전북과 광주·전남으로 구획됐던 지역미술의 경계를 허물고, ‘호남미술’의 범위로 외연을 확장한다.

이에 양 미술관은 지난해 12월 상호업무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전시·수집·연구·교육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하기로 하였으며, 전문 인력·자료·콘텐츠를 공동 활용해 이 지역의 예술정체성을 창출해 나가기로 약정했다.

이 협약에 따라 양 미술관은 ‘호남의 현역작가들’전을 연차적으로 공동 개최한다. 올해는 전북도립미술관이 오는 10일부터 3월 26일까지 전시를 갖는다.

전시는 호남 현대미술의 현재적 실상과 독자성을 구축해 보이면서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는 계기를 마련함을 목표로 기획됐다.

전시에는 양 기관에서 각기 추천된 8명씩의 작가 총 16명이 참여한다.
전북작가는 김성민·김영봉·박성수·서완호·이가립·이주리·조헌·홍남기 작가가, 광주·전남 작가로는 김명우·박세희·박정용·송영학·설박·이인성·이조흠·이정기가 나선다.
이들 대부분은 30~40대의 청년작가들로, 오늘의 사회와 예술계를 살피며 작품성과 예술성을 담아내고자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호남의 현역작가들’전에선 이 지역 미술의 현재를 보여주는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한국화·서양화·설치·조각·미디어 작품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로 채워지는 이번 전시는 두 지역 미술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성민 작가는 전직 레슬링 선수를 그린 ‘임동식의 초상’을 선보인다.
김 작가는 작품에서 사람들의 운동선수에 대한 선입견, 특히 격투기 선수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했다. ‘화면에 보이는 초상은 한눈에 보아도 강한 인상을 주는데, 그는 보기와 달리 아주 선하고 배려심도 많으며 수줍음도 잘 탑니다. 운동선수나 운동선수 출신들이 강해 보이는 건 그만큼 한 가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살았다는 훈장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표출한다.

이주리 작가는 ‘살다’ 주제로 작품을 엮는다.
작가는 ‘인간은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세상에 나와 죽는 순간까지 안착을 원하지만 완벽한 안착은 없다’며 과한 욕심과 물욕을 부려 자신과 자신의 가정에 정작 중요한 마음을 잊게 되는 우를 범하지 말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홍남기는 작품 ‘항해’에서 지난 25년간 폐쇄되었던 전주시에 있는 카세트테이프 생산 공장인 ‘쏘렉스’의 과거 이야기와 그 시기에 겪었던 개인적 경험의 충돌 지점을 시각화한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다.

‘쏘렉스’의 여성 노동자들은 한국의 산업화 및 민주화 과정에서 활발한 노동운동을 벌였는데, 89년부터 90년까지 시작된 파업과 노동운동 이후 음악 산업의 변화 등으로 갑작스런 폐업을 맞이하게 된다.

작가는 번영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쏘렉스’ 공장 안 구석구석을 마치 귀신처럼 숨어있는 여러 물건들과 구조를 방치된 형태 그대로 채집하여 그 당시 일했던 노동자의 구술과 함께 새롭게 구성해 낸다.

송영학 작가의 작업은 대상에 대한 관심, 즉 일상의 삶 속에서 여러 감정들을 느끼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내면정서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고 있다.

의인화된 동물들을 모티브로 표현한 작업에는 작가 자신의 삶, 그리고 내적인 심리상태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작가는 동양적 세계관에서 비롯된 12지 방위신의 형상을 차용해 의인화함으로써 해학적인 효과와 정서적 교감에 따른 작품의 이해도를 높이고자 했다.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