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마리아(朴瑪利亞, 1906~1960)는 제1공화국의 제2인자로 불렸던 이기붕의 부인이다.
 구한말 무렵인 1906년 3월 26일,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홀어머니인 고대의(高大義)의 밑에서 가난하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린 아이를 돌보아주는 보모 생활과 틈틈이 밭일을 하며 받는 품삯으로 힘들게 연명했다. 박마리아는 성씨와 세례명을 우리식으로 쓴 이름이다.
 박마리아는 1919년 개성의 호수돈 여자고등보통학교에 들어갔다. 학교를 다니면서 그녀는 생활비의 대부분을 친일파인 윤치호의 딸 윤봉희에게 얻어서 썼다. 이런 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그녀는 자연스럽게 친일파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1924년 이화여자전문학교에 입학했다. 영문과에 들어간 박마리아는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학업에 몰두했고 그 결과 4년 후 수석으로 영문과를 졸업했다. 이후 선교사 아펜젤레의 도움을 받아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스카릿 대학을 졸업하고 1932년 귀국한 박마리아는 유학 시절 만난 이기붕과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그녀는 기독교 여성 단체인 YWCA의 총무로 활동하게 되었다.
1930년대 말, 일본이 중국과의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하면서 조선의 상황은 급변했다. 일본은 전국적인 동원 체제를 가동하여 조선의 지식인 계층을 철저하게 복속시키려 하였다. 이에 당시 YWCA에서 두각을 나타낸 마리아는 일제 및 총독부에 철저한 타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1938년 일본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한 위문금을 모금해 총독부에 바치는 등의 친일 행각을 벌이는 한편 노천명, 모윤숙 같은 친일 여성 인사들과 손잡고 일본군에 지원하여 달려가라는 찬조 연설을 하느라 바쁘게 돌아다녔다.
1945년 해방이 되자 박마리아는 다소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남편인 이기붕의 사업이 침체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이기붕은 종로의 국일관 지배인을 지내거나 건축사무소 등을 운영했지만 실패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였다. 이런 때 이화여대 동문들의 소개로 만나게 된 프란체스카는 박마리아와  환상의 커플이 되었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고 영어만 구사하던 프란체스카와 능숙한 영어 실력에 권력자의 비위를 잘 맞추는 박마리아는 서로 잘 맞았다. 프란체스카의 신임을 얻은 박마리아는 본격적인 출세 궤도에 올라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1952년, 박마리아는 한국 YWCA의 회장에 취임했으며 남편인 이기붕도 이승만의 신임을 얻어 집권당인 자유당 중앙위원회의 회장이 되었다. YWCA의 회장이 된 지 4년 후 박마리아는 한국 여성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모임인 대한부인회의 회장으로 당선되면서 한국 부유층 여성계의 명실상부한 대모의 위치에 오르게 되었다.
 권력의 행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아들이 없어 후계자를 물색하는데 고민 중이던 이승만을 위해 박마리아는 자신과 이기붕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이강석을 이승만의 양자로 들이는데 성공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박마리아와 절친했던 프란체스카의 입김이 작용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당시 그 아들 강석은 얼마나 세력이 대단했던지 이강석을 사칭하는 사람이 각 지방 관청을 돌면 도지사조차 절절 맸고 ‘귀하신 몸 오셔서 영광’ 이라고 진수성찬을 대접하고 돈도 주었다고 한다. 특히 프란체스카의 신임을 얻고 방약무인하게 행동하던 박마리아는 갈수록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김우연 객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