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는 도구를 쓰는 사람에게보다도 옆에서 관찰하는 이에게 좋은 묵상거리가 된다. 그래서 나는 도구와 관련해서 한 가지를 말하고 싶었다. 도구가 아무리 좋아도 그것을 쓰는 사람이 숙달되지 않았다면 무용지물이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도구를 다룬 사람의 진가 또한 온전히 드러냈다고 말할 수 없다.
일본 전국시대에 오다 노부나가라는 인물이 있다. 그가 당시의 실력자인 이마가와 요시모토를 제압했을 때 남긴 일화가 있다. 명도(名刀) 이야기가 그것인데 여기서 잠깐, 도(刀)와 검(劍)에 대한 구분을 먼저 해둘 필요가 있겠다. 사무라이들이 쓰는 칼을 가리켜 일본도라고 하지 일본검이라고 하지 않는다. 일본도는 한 쪽에만 날이 서있다. 고대 로마 병사들이 쓰던 칼처럼 양쪽에 날이 있어야 검이다.
오다 노부나가는 전리품으로 얻은 이마가와 요시모토의 칼을 들고서 한참동안 요모조모 살폈다. 천하의 명도(名刀)라고 소문이 자자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는 옆에 있는 부관에게 칼을 내밀며 말했다. “4치 5푼 정도 끊어 내고 칼을 다시 갈아오라.” 부관과 주위의 측근들이 놀라면서 의아해했다. 부관과 측근들이 왜 그러시냐고 물어 보았을 것은 물론이다. 오다 노부나가가 다시 말했다. “이 칼은 명도가 아니라 둔도이다. 칼은 칼을 다루는 주인의 목숨을 지켜줘야 한다. 너무 무거워 주인의 체력을 소모시키고 주인이 지쳐서 지게 되면 그 칼은 이미 명도가 아니다.”
성서에는 오다 노부나가가 남긴 일화보다 훨씬 극적인 장면이 나온다. 다윗이 골리앗을 상대로 승리했을 때의 이야기다. 그때 사울 왕은 다윗에게 자신의 갑옷과 투구와 칼을 주었다. 그러나 다윗은 그것들을 착용해보니 거북하였다. 시험적으로 걸어보고는 안되겠다 싶어서 사양하였다. 익숙하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는 평소의 복장 그대로가 되었다. 제구에 매끄러운 돌 다섯 개를 집어넣고 무릿매를 손에 들었다. 그는 담대하게 골리앗을 마주보고 나아갔다. 그리고 그 다음은 누구나가 다 알고 있는 그대로이다.
도구가 사람을 위해서 있지 사람이 도구를 위해서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지식은 누구나 다 갖고 있다. 그런데도 실제 인생에서는 지혜가 빛을 잃고 있다. 도구에 사람을 맞추려고 고집하는 이들 때문이다. 특히 자녀를 사랑한다는 부모들 중에 그런 이들이 많다. 생각할수록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이희찬 논설위원     


<Copyrightⓒ전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