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통이나 호흡기 같은 특별한 장비 없이 바다에 들어간 해녀들은 물질을 하다가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그제야 물 밖으로 나와 가쁜 숨을 천천히 내쉰다.
‘호오이, 호오이~’ 해녀들의 숨비소리다.
이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든 해녀들이 토해내는 경이로운 생명의 소리이자 제주해녀문화의 상징 중 하나다.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원장 강경환)은 오는 6일부터 누리마루 2층 기획전시실에서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제주해녀문화>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은 등재 직후 이뤄지는 최초의 기념행사로 인류의 무형유산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은 제주해녀의 역사, 제주해녀의 물옷과 물질도구, 뭍의 일과 살림, 제주 해녀의 신앙, 예술로 화한 해녀의 삶, 해녀공동체, 출가해녀와 해녀노래 등 100여 점에 이르는 유물과 미술작품, 다양한 영상과 체험품을 전시한다.
전시는 제주 해녀에 대해 기록하고 있는 조선시대의 고서적과 근대기에 발간된 신문·잡지 등에 대한 아카이브 전시를 통해 제주해녀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 고서에는 유배로 제주도에 머물렀던 조선시대 유학자들에게 팔다리를 드러내고 당당하게 물질작업을 하는 해녀의 모습은 놀라움으로 다가왔으며, 여성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된 작업과정과 관가의 수탈 등은 안타까움의 대상이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또 일제강점기 발행된 신문과 잡지는 뛰어난 잠수기술과 강인함을 지닌 제주해녀가 부산과 울산, 일본, 중국, 러시아까지 진출하면서 조선의 중대한 산업 현상으로 주목받았음을 알려준다.
이와 함께 제주도 해녀박물관에서 공수해온 해녀의 물질을 위한 의복과 도구 80여점에선 해녀의 삶과 일상이 묻어난다. 제주 해녀들이 물질할 때 전통적으로 입었던 속옷에서 발전한 ‘소중이’의 다양한 모습과 70년대 이후부터 입기 시작한 고무옷 등을 통해 물옷의 역사와 변천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물질을 위한 핵심도구인 테왁망사리와 해산물 채취를 위한 빗창 등 단순한 도구들은 자연친화적인 작업과정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이외에 애기구덕과 물항아리, 물구덕 등의 살림살이는 바다의 물질뿐 아니라 밭일과 집안 살림을 동시에 수행하며 소박하게 살아온 제주해녀들의 삶을 드러낸다.
이밖에 특별전은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을 재현한 전시공간을 통해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물질작업의 특성에서 기인한 해녀의 신앙을 조명하였으며, 하도리 어촌계의 수십 년에 걸친 다양한 문서들을 통해 해녀공동체의 특성을 소개하였다.
전시기간에는 제주해녀를 소재로 한 영화 ‘인어공주(2004, 박흥식) 물숨(2016, 고희영) 계춘할망(2016, 창감독) 등도 상영한다.
전시는 2017년 3월 31일까지. 문의 국립무형유산원 무형유산진흥과 063)280-1471, 1458.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