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 비수기인 겨울철 동절기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철근이 품귀현상을 보이면서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철도파업발 시멘트 제한 출하에 묶인 레미콘 부족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철근 조달난까지 가중되면서 건설현장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주시내 건축현장의 한 소장은 "철도파업 이후 레미콘이 하루 일정량 미만으로 묶여 간헐적으로 들어오는 상태에서 철근마저 차질을 빚고 있다"며 "회기말인 이달 중에 어떻게든 속도를 높여 기성고를 확보해야 하는데, 본사에 호소해도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듣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레미콘과 철근 조달의 동시 차질로 건설현장마다 대책 마련 요청이 쇄도하면서 건설업체의 자재구매 부서도 비상이다.
특히 건설현장 단위로 제강사와 필요한 철근을 턴키방식으로 일괄구매하는 대형사들과 달리 대리점에 의존하는 중소건설사들이 입고 있는 타격이 심각하다는 전언이다.
중견사의 한 자재구매 담당자는 "하루는 레미콘이, 다음날은 철근이 모자라서 골조공사가 진도를 못 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가장 많이 쓰이는 10㎜ 제품은 웃돈을 줘도 구하기 어렵지만 대리점은 물론 제강사에 요청해도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듣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가격도 치솟고 있다. 10월과 11월 초만 해도 대리점에서 현금으로 t당 50만원 초반에 구입할 수 있었던 철근은 최근 56만원까지 올랐다.
t당 40만원대였던 중국산 철근도 같은 기간에 52만∼53만원까지 급등했다. 10㎜ 규격은 54만원 이상을 줘도 구하기 어려워 시세가 무의미해졌다.
건설사의 구매 담당자는 "동절기를 목전에 둔 12월의 철근 품귀와 가격 급등은 이례적이다. 착공량이 급증한 점은 수급이 안정적이었던 10월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결국 제조.유통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철근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 아래 대리점들이 물량을 내놓지 않고 수입업계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입산 철근은 통상적으로 주문 후 국내에 들어오려면 2개월 가량이 걸린다. 지난 10월 일부 제강사의 덤핑으로 국내 철근이 남아돌면서 수입 주문량을 줄였다.
반면 가격이 초강세인 현 시점에서는 주문해봤자,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은 2월 비수기에 국내에 들어온다. 수익성을 감안해야 하는 수입업계로선 유인이 적어진 셈이다.
게다가 최근 국회의 철근 원산지표시제 의무화 입법 등 수입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거세진 데 따른 경계심과 반감도 한몫했다. 수입산 철근이 급감하면 국내 철근시장이 어떻게 될 지를 정부와 정치권에 보여줄 기회일 수 있다는 게 수입업계의 판단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제강사들의 생산량 조절 의혹도 제기한다. 건설업계와의 4분기 철근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야 하는데다 당초 11월로 예정됐던 조달청과의 내년도 관수철근 공급계약도 오는 22일로 미뤄지면서 철근가격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추정이다.
철근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마다 올해 매출실적을 극대화하기 위한 공정 앞당기기 노력에 집중하면서 철근 수급이 더 나빠진 것 같다. 그러나 1월로 넘어가면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며 "그리고 2개월 가량 지연된 건설.제강업계 간 4분기 철근가격이 매듭지어져야 전반적인 시장이 정상궤도로 돌아올 것 같다"고 내다봤다./안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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