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철 시인이 첫 시집 ‘나타났다’를 펴냈다.
이 책에서 시인은 날카롭고 적확한 시어들로 우주적 세계를 촘촘하게 직조해 낸다. 그는 성긴 마디 없이 충실하게 짚어내는 언어의 책무로, 시편들마다 고유하고 개성적인 목소리를 부여해 놓았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58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1부는 주로 “삑 삐-익 울어대던”<뜸, 뜸, 뜸부기> 유년기의 삽화들을 폭설의 이미지에 겹쳐놓았다. 폭설 속에 갇혀 있는 유년기가 현재 시인의 정체성을 지탱하는 무의식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1부의 시편들은 시인의 시적 지향점을 짐작케 한다. 2부의 시들은 가난한 것들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진다. <전주철물점과 행복부동산 사이>에서는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상징적 이미지가 짙게 깔린다. 3부에는 새로운 세계를 배태하고 있는 씨앗들을 발견해 내는 시편들이 자리한다. “나는 지금 내 몸의 뼈, 마디란 마디마다, 한 편씩 시를 새기고 있는 중이다.<감기몸살>”에서 보듯 시인은 시라는 새로운 세계를 세상에 새겨나간다. 4부의 시편들은 순정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소박한 믿음을 담고 있다.
정동철 시인은 1967년 전주에서 태어나 전북대학교를 졸업했다. 시인은 2006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전주철물점과 행복부동산 사이>가,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시 <허공 위에 뜬 집>과 시 <아버지 소처럼 말씀하시게>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4년에는 ‘작가의 눈’ 작품상을 수상했다.
/정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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