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의 카다피가 세계의 지목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며칠 동안 피를 흘려도 너무 많은 피를 흘렸다. 전투기와 박격포를 동원하는 등 국민을 상대로 야수의 본성을 드러낸 것이다. 현재 6백여 명이 사망하고 4천여 명이 부상당했다는데 앞으로 얼마나 되는 사람들이 더 죽어나가고 신음하게 될 것인지 현재로선 알 수가 없다.
무하마르 무함마드 카다피. 그는 1942년생이다. 1969년에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왕정을 무너뜨렸다. 불과 스물일곱 살의 젊은 나이에 큰일을 저질렀으니 그의 강심장을 알만하다. 그런데 그는 노회했다. 대통령이 되지 않고 군부의 최고 실력자로 남는 것을 선택했다. 그래서 그는 국가평의회의장도 되고 나중에 국가원수라는 칭호도 획득했다.
카다피는 리비아의 수르트에서 태어났다. 그는 벵가지에 있는 육군사관학교와 영국의 샌트허스트 왕립육군사관학교를 나왔다. 그는 실권을 장악한 후 한때 아랍세계를 통일하겠다는 야심을 품었으나 실패했다. 리비아는 아랍세계에서 큰 나라가 아니었던 것이다.
카다피는 자신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데 욕심이 많았다. 병력과 군사 장비를 차드와 우간다와 서부 아프리카에 보냈다. 각지의 반군세력들에게 재정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로해서 몇몇 나라의 지도자들은 카다피가 다른 나라의 국내문제에 개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도 국제 테러리스트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맹비난, 1986년에 리비아의 군사기지를 폭격하기도 했다.
카다피는 국내적으로 인기가 높았다. 그는 외국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주요산업들을 국유화했다. 그리고 노동자위원회를 구성해 기업들을 경영하도록 했다. 석유수출로 벌어들인 막대한 돈으로 학교와 병원과 공공건물들을 지었으며 모든 국민들에게 무료로 사회복지 혜택을 제공했다. 해안지대에 물을 공급하려고 거대한 인공수로도 건설했고 사막을 녹지로 만드는 등 국토 개발에도 열정을 쏟았다. 최근 수년 동안에는 서방국가들을 상대로 화해하는 등 해빙무드를 솔선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42년 통치는 너무 길었다. 카다피는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어쩌면 알고 있으나 그걸 용납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카다피는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버렸다. 향후 그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이제 지켜보는 일만이 남았다.
/이희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