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백두혈통'이라고 선전한 후계자 김정은의 정통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 백두산 인근 지진 사실조차 주민들에게 숨기고 있다고 대북 단파라디오 '열린북한방송'이 전했다.

이 방송은 12일 북한 양강도 보천군의 한 소식통을 인용, "북한 당국은 지진발생 사실을 아는 사람들을 철저히 입막음 시키고 있다"며 "이는 김정은 후계자의 정통성이 훼손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은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백두산 화산 폭발을 우려해 지질 연구사들을 파견, 항시적인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며 "(지진)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언론에는 한 마디 언급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 당국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나오자마자 백두산 인근 지진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주민들에게 후계자의 권위가 떨어지는 것을 경계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지진 사실을 알고 있는 일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백두혈통이라고 주장하는 김정은이 후계자가 되자 백두산이 크게 노해 지진이 발생한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런 흉흉한 소문이 나돌자 삼지연 군당위원회 조직부와 국경경비여단 정치부에서 주민 면담조사까지 나왔었고 조사를 나온 사람들은 '백두산은 장군님이 계시는 한 영원하다'고 강조하며 '지진은 있을 수 없다'고 입단속을 시켰다"고 전했다.

지진은 백두산 인근에 위치한 중국 연변(延邊) 조선족자치주 안투(安圖)현에서 10월9일 두차례 연이어 발생했다.

백두산은 김일성 주석이 항일혁명투쟁을 했던 곳으로 '김일성-김정일 우상화'의 상징적 명소로 이용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이 백두산 밀영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출생지는 러시아 하바로프스크로 알려졌으며 김정은의 출생지도 백두산과 무관하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