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21일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해 강도높은 "유감"을 표명한 가운데, 예산안 사태로 인해 수면위로 떠오른 국회 선진화 법안 처리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강행처리하면서 여야는 급속히 냉각 국면을 맞았다. 여당 의원들이 '강행처리 시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여야 의원들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제한하는 등의 국회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이 결성되면서, 잠시 해빙기를 맞는 듯했던 여야 관계는 2월 임시국회 개회와 영수회담을 놓고 다시 틀어졌다.

 대통령의 예산안 강행처리 사과를 요구한 야당의 주장을 여당이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영수회담이 깨진 채, 2월 임시국회만 가까스로 개회될 수 있었던 것.

 여야는 2월 국회 개회와 관련한 협상에서 직권상정, 국회폭력 방지대책 등 국회 선진화 제도방안을 국회운영위에서 집중 논의해 3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키로 했다.

 그런 가운데 김 원내대표는 21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지난해 말 국회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켜 드린 데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마음의 상처를 입으셨을 여야 동료의원 여러분께도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는 표현은 예산안 강행처리 이후 밝힌 김 원내대표의 유감 표명 중 가장 수위가 높다. 특히 연설 시작부분에 우선적으로 이같은 유감 표명을 했다는 점에 비춰 김 원내대표가 연설 중 가장 비중을 크게 둔 대목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다수 여당의 일방 처리가 걱정이라면, 합리적인 필리버스터제를 도입하고, 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해 보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직권상정 제한 문제와 관련, 한나라당 지도부로서는 첫 긍정적인 반응이다.

 또 여야 원내대표간 3월 임시국회 처리를 약속했던 선진화 법의 처리를 "이번 임시국회에서 마무리하자"며 시한을 앞당기는 제안도 함께 해 국회 선진화법의 처리가 빨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앞서 국회가 열린 18일, 한나라당의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과 민주당의 '민주적 국회의원을 위한 모임'도 본회의 직후 첫 회의를 열고 2월 임시회 내의 국회 선진화법 처리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국회 선진화법을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본격적인 논의 시작과 집권여당의 적극적인 처리 자세 등이 선진화 법안의 처리에 추동력이 될 수 있을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