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아미엘의 일기를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아미엘은 프랑스계 사람으로 스위스 제네바 대학교의 철학교수였다. 그래도 오늘날 전해지는 그의 명성은 철학교수 직함과는 무관하다. 그의 명성은 1만 7천 쪽에 달하는 방대한 일기가 사후에 <아미엘의 일기>라는 제목으로 책이 출간되면서부터이다. 그러니 내가 읽은 것은 빙산의 일각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아주 적은 양이다.
나는 오래 전부터 아미엘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이 많았다. 내가 존경해마지 않는 피천득 선생이 어떤 수필에서 아미엘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미엘은 단순함과 순수함의 가치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평생 독신이었고 그리고 1821 년생이었다. 1821년은 독서인들에게 특기할 만한 해인데 바로 그해에 세계문학사의 대천재들이 태어났던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 보들레르, 플로베르가 바로 그들이다.
아미엘은 세계 문학사에서 독특한 존재이다. 그는 작가들이나 시인들과는 달리 순전히 일기로만  명함을 내밀고 있다. 일기문학에 관한 한 그의 이름은 거의 매번 으뜸자리를 차지할 것이 분명하다. 일기가 문학으로 성공한 사례는 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희귀하기 때문이다.
“꽃봉오리는 한 번 밖에 피지 않는다. 꽃의 전성기는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정신의 뜰에서도 마음에 제 각각 전성기의 순간이 있다. 즉 아름다움을 다하여 위세를 떨치는 한 순간이 있다. 별은 밤에 한 번밖에 머리 위의 자오선을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지의 하늘에서도 하나의 사상이 정점에 달하는 것은 한 순간밖에 없다고 할 수가 있다. 그때
별은 더없이 장려하게 광채를 발한다. 예술가여, 시인이여, 사상가여, 이 한 순간을 바라니 그대의 사상, 그대의 마음을 붙들어 확고부동하고 영원한 것으로 만들라. 이거야말로 최상의 시간이다. 그 순간 전에는 희미한 윤곽, 침침한 예감밖에 느끼지 못하고, 그 순간 뒤에는 희미한 추억, 무력한 후회밖에 남지 않는다. 그 순간이야말로 이상(理想)의 순간이다.”
아미엘의 많은 일기에는 그날 그날의 날짜가 기록돼 있다. 그러나 위에 소개된 일기에는 날짜가 없다. 그래도 1850년 어느 날의 것이라는 걸 짐작할 수는 있다. 읽고 음미하기를 여러 번 하였다. 내용이 좋아서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다. 그래서 몇 자 적어 보았다. /이희찬 논설위원    
   


<Copyrightⓒ전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