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1일 당내 개헌논의를 위한 특별기구를 최고위원회 산하에 설치하기로 했다.

 지난해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이후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간 계파갈등 재연 양상을 보였던 개헌특별기구 문제가 우여곡절 끝에 결론이 났지만, 개헌의 성사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개헌특별기구는 외형적으로는 당내 최고의결기구인 최고위 산하에 설치될 예정이나, 실질적인 운영은 당 정책위원회와 협조하는 '절충형'성격을 띠고 있다.

 통상적으로 최고위 산하의 특별위원회는 당론이나 정책위의 의견에 구애받지 않고, 위원장을 중심으로 독자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이뤄낼 수 있지만, 정책위가 운영을 보조하게 되면 의견수렴 과정에서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효율성은 떨어진다.

 당내 상당수 지분을 갖고 있는 친박계가 개헌논의 자체에 반발하고 있는 것도 큰 장애물이다. 친박계 측은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의 개헌 논의는 차기 미래권력을 견제하려는 정략적인 의도를 가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개헌특별기구가 당내 개헌반대론자들을 설득하면 야권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다음 숙제가 남아 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에 출연, "(개헌은) 이미 실기했다는 민주당의 입장은 확고하다"며 "한나라당에서 통일안이 나온다면 친이계와 친박계가 전쟁 직전까지 갈 것 아닌가. 통일안이 나올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한나라당의 개헌특별기구 구성 소식을 접한 이재오 특임장관은 "잘됐다. 개헌 특위가 구성되면 나는 할 일이 끝났다"고 말했다.

 '개헌 전도사'를 자처했던 이 장관의 손을 벗어난 개헌논의가 이번에는 개헌특별기구를 통해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