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광주에게 많은 걸 빼앗겼다. 뭣 보다 음식과 문화예술이다. 전주는 이미 전통적인 맛 고장이 아니다. 판소리 등 문화 예술 쪽도 옛 명성만 있을 뿐이다. 지방화 및 지방시대를 연 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 것들을 미처 챙기지 못한 사이 광주가 재빨리 챙겨갔다.
지난 날 전북, 특히 전주는 호남의 중심지였다. 농경사회 때 풍부한 물산이 인심을 후하게 했고, 맛과 멋을 키웠다. 맛은 음식문화의 발달을 가져왔고, 멋은 판소리 등 예술을 꽃피우게 했다. 그러나 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개발에서 뒤쳐졌다. 과거 정권들로부터 극심한 차별 및 역차별을 당해 낙후지역으로 전락했다. 그리고 호남의 모든 중심이 차츰차츰 광주로 옮겨졌다. 더 어처구니 없는 건 같이 정권을 창출했 놓고도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오히려 더 심한 역차별을 당했다는 점이다. 그랬음에도 자각은 커녕 오히려 정치적으로 예속을 부채질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우리의 전통들은 조금씩 광주에 먹히고 말았다.
물론 뒤늦게 나마 도내 각 자치단체가 깨어나 '전통'을 챙기고 나섰지만 이미 상당수가 광주로 넘어간 뒤였다. 가장 중요한 음식만 해도 그렇다. 과거 전주의 음식이 단연 전국에서 으뜸였지만 지금은 솔직히 광주의 음식이 더 낫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게끔 돼 있었다. 지난 10년 동안 전국의 모든 시-도 광역단체들이 유치한 국책사업들이 대부분 도로 등 SOC 확충였는데 반해 광주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연구소 , 산업기술 지원 등 미래산업에 치중했던 것이다. 대표적인 게 '세계김치연구소'의 유치 등 미래 먹을거리 산업과 문화산업에 집중투자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뭔가. 광주에 철저히 예속돼 아직도 홀로서기를 못하고 있으니 너무 기막히지 않은가.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우리 전북이 누구며, 우리 전북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를 진지하게 모색해야 하지 않나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