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운초(雲超) 오정숙 명창의 유품 284점이 전주시에 기증됐다. 유물들은 하나같이 오정숙 명창의 호흡과 맥박을 함께 했을 것이다. 그래서 당연히 애환도 함께 했을 것이다. 오 명창이 남긴 악기류는 가야금과 아쟁과 북 등 열한 점에 이른다. 소리 공부와 관련된 창본 등 서적류는 89점에 이른다. 오 명창의 체온과 체취를 간직했을 비녀며 반지며 목걸이며 부채 등 장신구는 119 점에 이른다. 그리고 소리 인생을 명예롭게 빛내준 훈ㆍ포장류는 열여덟 점에 이른다. 이 모든 유품들은 오 명창 음악인생의 동료인 배기봉 씨가 보관해오던 것들이다. 올해 상반기에 전주 한옥마을에 개관할 소리문화관에 전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오정숙 명창의 평생은 소리로 시작해서 소리로 마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 명창의 아버지 또한 소리꾼이었기 때문이다. 오삼룡 씨가 바로 그 분인데 그 당시 전주 지역사회에서는 명성이 높았다고 한다. 오 명창이 십대의 어린 나이에 창극 무대에서 활동한 것은 그래서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오정숙 명창은 판소리 세계에서는 독보적인 존재이다. 보통 사람들은 판소리가 섬진강을 중심으로 해서 동편제와 서편제로 양분된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그게 상식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 없는 면도 있다. 인생의 갈래가 그렇듯 판소리의 역사도 단 칼에 무 자르듯 규격화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 명창의 존재는 판소리가 시대에 맞게 진화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던 것이다.
오정숙 명창은 동초 김연수(金演洙)의 바디를 이어받았다. 오 명창의 소리 스승인 김연수는 전라남도 고흥이 고향이지만 판소리의 맥을 새롭게 짚으려했던 선각자였다. 시대에 맞게 판소리의 창극화를 도모한 것이다. 그래서 당대의 유명한 명창인 임방울과 불편한 관계였다는 일화도 전해오고 있는데 동초의 소리가 새로운 것이었음은 물론이다.
오정숙 명창하면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있다. 1975년 제1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판소리 부문에서 당당히 장원을 한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오 명창의 기록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국내 여류 명창 중에서는 최초로 판소리 다섯 바탕을 완창한 기록도 갖고 있다. 확실히 오 명창은 후학들에게 공부하고 정진하는 면에서 훌륭한 모범을 남겼다. 1984년의 KBS 국악대상이며 1992년의 한국문화예술부문 공로상이며 1999년의 동리국악대상이며 2007년의 방일영 국악상 등 오 명창에게 수여된 온갖 상들은 그래서 당연하다. /이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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