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에덴산부인과

김재연 원장


동거와 결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20대 10명 가운데 6명은 남녀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70%는 외국인과 결혼해도 상관없다는 견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남녀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은 40.5%에 달했으며 특히 20대는 59.3%로 조사됐다.

구인구직 포털사이트 알바몬이 지난해 7월 대학생 1167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동거 인식'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학생 5명 중 2명(응답자의 43%)이 '이성친구와의 동거'를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실제로 대학가에서는 현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어느 대학이건 학생게시판에는 이 같은 ‘룸메이트 구함’이란 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성인 경우 물론 이들은 실제 부부처럼 동거를 한다. 이 동거에는 당연히 육체관계도 포함된다.

동거와 유사한 계약결혼은 이혼이 흔해지며 결혼이 이제 충분히 ‘무를 수도 있는’ 것이 된 세상에서 결혼의 대안으로서 대두되는 동거와 비슷한 형태다. 가족과 친지들에게만 결혼 사실을 알린 채 서로의 친구나 직장에는 결혼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혼인신고는 하지 않은 채 3년 ‘살아보고’ 결정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인구 통계만 보고 최근의 경기 악화와 맞물려 동거 커플들이 증가 한다면 경기가 낳아지면 결혼하게 될 수요가 잠재 하고 있다고 생각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생에서 중요한 의식인 결혼식이 이러한 연기가 영구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조금은 있다고 본다.

인구 통계학자 톰 길래스피에 의하면 경기 침체기에 하락한 출생률은 경기가 회복된다고 할지라도 경기 하락당시 하락한 비율만큼 반등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경제적 불안이나 재정난등으로 연기된 결혼의 경우 급조된 동거는 서로에게 조화로운 사이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또 다른 동거의 모습이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배우자와 사별한 뒤 홀로 사는 노인들이 재혼을 희망하지만 자식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는 바람에 사실혼 관계로 지내는 황혼 동거 족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사회과학원 통계를 인용, 지난해 말 현재 60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8.3%를 차지할 만큼 중국이 노령화사회로 진입했으며 배우자를 잃은 80%의 노인이 재혼을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이 가운데 실제 혼인 신고를 한 재혼 인구는 10%에 불과하다 한다.

황혼 동거가 유행하는 이유는 유산 분배를 둘러싼 갈등을 우려하는 자식들의 반대 때문이다. 사회학자들은 이런 황혼 동거가 홀로 된 노인들이 생활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탓에 동거자가 사망하면 홀로 남게 된 노인은 의탁할 곳이 없을 수 있고 유산 분배를 놓고 동거자 자식들과 심각한 갈등을 초래하는 등 새로운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

사회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개인과 개인의 결합은 그만큼 더 많은 유혹과 위험에 노출된다. 두 사람사이의 개인적인 믿음은 물론 사회적인 보호가 없는 동거가 결코 결혼의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이다. 
 

<Copyrightⓒ전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