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도/ 경칩도/ 머언 날씨에/ 그렇게 차가운 계절인데도/ 봄은 우리 고운 핏줄을 타고 오고/ 호흡은 가빠도 이토록 뜨거운가? // 손에 손을 쥐고/ 볼에 볼을 문지르고/ 의지한 채 체온을 길이 간직하고픈 것은/ 꽃피는 봄을 기다리는 탓이리라. // 산은/ 산대로 첩첩 쌓이고/ 물은/ 물대로 모여 가듯이 // 나무는 나무끼리 / 짐승은 짐승끼리 / 우리도 우리끼리 / 봄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신석정 시인의 <대춘부>라는 시다. 제목이 한자어라서 요즘 신세대들을 위해서는 <봄을 기다리는 노래>나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라고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기도 하다.
신석정 시인은 도민들이 잘 알고 있는 대로 향토가 낳은 큰 시인이다. 그는 일제시대에  지조를 지킨 몇 안 되는 어른들 중의 한 분이다. 그래서 그는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존경을 받고 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그는 자신의 명성에 기대어 출세를 지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방 이후 동시대의 거의 모든 문인들이 상경하여 대학교의 교수 자리나 언론사의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을 때도 그는 그것을 부러워하지 않았다. 그는 향토를 떠나지 않고 지역의 후학들을 가르치고 길러내면서 평생을 보냈다. 나는 그 점이 매우 감사하다. 나는 당신의 제자였던 적이 없지만 청소년 시절에 당신을 뵐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추억이 향기롭다.
시의 내용을 보면 선생은 요즘 같은 때에 시를 썼던 것 같다. 어쩌면 입춘 무렵이었을 수도 있고 그보다 좀 더 빠른 무렵이었을 수도 있다. 시인들이 말하는 봄은 보통 사람들보다 때 이른 시기를 말하는 것이 상례이기 때문이다. 아마 그래서 그럴 것이다. 새해 벽두부터 각 신문사들은 신춘대담을 말한다. 그리고 신춘문예 당선자들의 명단과 작품을 발표하기도 한다. 한창 추운 겨울로 접어들 때임에도 새 봄의 새 기분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입춘이 지난지도 오래 되었다. 우수가 바로 코앞이다. 달력의 날짜는 하루하루가 봄을 향하여 달라지고 있건만 동장군의 기세는 여전하다. 한낮에도 영하의 기온이 계속되고 있으니 올해의 대춘부는 여느 해보다 길어질 것 같다. 새삼 옛날의 삼한 사온(三寒四溫)이라는 단어가 그립다. 그 단어가 마치 사람이라도 되는 양 두 손을 고맙게 쥐어주고 싶다. 다시 신석정 시인의 시를 속으로 읇조려 본다. 외워본지가 오래라서 행여 잊었을까 했는데 다행히 머리가 얼음처럼 단단하게 굳지는 않았다.
 /이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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