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는 강력한 중앙정부 체제를 갖춘 공화국이다. 1971년에 제정된 헌법에 따르면 이집트는 사회민주주의 국가이며 아랍 국가이다. 그런데 현실과 헌법이 맞아 떨어지는 지는 의문이다.
이집트의 행정부는 대통령을 수반으로 한다. 대통령은 의회의원 3분의 1 이상의 추천을 받고 3분의 2 이상의 승인을 받은 후 국민의 투표에 의해 결정된다. 한 명만 대통령 후보로 나설 수 있고 임기는 6년이다. 그리고 얼마든지 중임이 가능하다. 대통령은 군을 통솔하는 최고사령관이면서 내각의 각료들은 물론이고 부통령도 한 명 이상을 임명할 수 있다. 그에 더하여 지방의 모든 행정관은 중앙정부에서 지명한다. 
이집트의 대통령 무바라크가 결국 하야했다. 9월까지의 임기를 채우려고 고집을 부렸으나 국민의 열화 같은 저항을 이겨낼 수가 없었을 것이다. 국민이 무바라크 퇴진을 외친지 18일 만의 일이다. 그동안 수백 명이 죽고 수천 명이 부상당하고 많은 건물과 기물들이 파괴됐으니 국민의 승리치고는 그 희생이 너무 크다. 
올해 한국 사람들 나이로 여든 네 살인 호스니 무바라크의 30년 통치가 어떠했을지는 짐작되고도 남는다. 의회는 입법기관이지만 대통령 무바라크의 시녀 역할밖에 한 것이 없다. 의회의  의원들은 대통령의 정책을 승인하는 거수기였던 것이다. 처음부터 무바라크가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데다 자기 혼자만 출마하고 자기 혼자만 당선돼 자기 혼자만 취임을 반복했을 터이니 직함이 대통령이다 뿐이지 현대판 파라오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생각한다. 정치가 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인가 하고. 정치의 목적은 국민의 복지에 있건만 그것은 매번 어려운 목표가 되고 있다. 낫세르는 높은 이상을 기치로 내걸고 혁명에 나섰지만 그의 뜻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다음 계승자 사다트가 낫세르의 이상을 온전히 따랐는지는 좀 더 생각해볼 문제이다. 1979년 미국이 주선한 자리에서 이스라엘과의 캠프데이비드 협정을 맺어 중동의 평화에 기여하고 노벨평화상을 타기도 했지만 그 때문에 이집트는 아랍 맹주의 자리에서 축출되고 그 자신은 1981년에 비운의 암살을 당하였다.
향후 무바라크의 운명이 어떻게 종결될지가 궁금하다. 그리고 이집트의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궁금하다. 요즘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신문기사를 읽는 맛이 초콜릿처럼 달콤 쌉싸름하다.
/이희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