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평균소비성향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가계의 소비가 특정 품목과 관계없이 전방위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평균소비성향 변동의 기여요인 분해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평균소비성향은 72.4%다.

이는 전국 1인 이상 가구 통계가 공개되기 시작한 지난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2010년 77.6%와는 5% 이상 차이가 난다. 

평균소비성향이 감소한다는 것은 처분가능소득 증가율 보다 소비지출 증가율이 낮다는 뜻이다. 

가령 지난해 평균소비성향 72%는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이 100만원 늘어났을 때 추가적인 소비지출은 72만원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조건 하에서 2010년에는 77만원을 상회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1~2015년 사이 평균소비성향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 기간 동안 평균소비성향이 줄어드는데 기여한 품목수는 63개, 늘어나는데 기여한 품목수는 34개다. 

평균소비성향이 줄어드는데 기여한 품목수가 늘어나는데 기여한 품목수 보다 두 배 가량 많았다는 것은 평균소비성향 하락이 다양한 소비지출 품목들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평균소비성향 하락에 크게 기여한 품목으로는 통신서비스(-1.03%p)와 운송기구연료비(-0.79%p), 연료비(-0.65%p) 등 석유류 관련 품목, 고등교육(-0.51%p), 학생학원교육(-0.48%p) 등 교육 관련 품목이 꼽혔다. 

반면 평균소비성향 상승에 기여한 품목으로는 실제주거비(0.61%p) 등 주거 관련 소비, 자동차구입(0.53%p), 통신장비(0.52%p) 등 일부 내구재 소비, 단체여행비(0.34%p), 문화서비스(0.16%p) 등 여가와 관련된 소비가 이름을 올렸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 연구위원은 "주거비 급증, 정부의 내수 활성화 정책, 가계의 수요변화 등은 평균소비성향을 높이는데 기여했다"며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 등 인구구조변화, 석유류, 통신비 등 가격 안정과 소득 향상에 따른 식료품 소비비중 감소 등은 평균소비성향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평균소비성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필수재 가격 안정으로 늘어난 가계의 소비여력이 내구재, 비내구재, 서비스 등 다양한 부분의 소비로 연결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가계의 니즈에 걸맞은 국내 관광 인프라를 확충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관광 수요도 국내로 전환시키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 연구위원은 "전·월세 가격 안정화를 위해 관련 대책의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코리아 그랜드 세일 등 대규모 할인행사를 정례화해 최근 억눌려 있는 소비심리를 자극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