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흔들리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본, 동남아, 뉴질랜드 등 태평양 제도, 북미, 남미의 해안지역을 잇는 환태평양 조산대가 요동치고 있다. 환태평양 조산대는 태평양 판, 유라시아 판, 북아메리카 판들이 맞물리는 경계지역으로 지진과 화산활동이 잦아서 일명 ‘불의 고리’라고도 불린다. 이 지역에서는 전 세계 지진의 80%, 화산의 75%가 발생하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50주년을 주기로 대규모 화산폭발과 지진이 일어난다고 경고하였다. 

지난 14일 밤, 이‘불의 고리’에 해당하는 일본 구마모토 지역에 6.5의 강진이 발생하여 수많은 이재민과 사망자가 나왔고, 700여회 이상의 여진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또한 17일에는 남아메리카 에콰도르에서 규모 7.8의 상당히 큰 강진이 일어나 650명이 사망하고 천여 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극을 빚었다. 

지진을 강도별로 살펴보면 5~6 규모에서 대부분의 굴뚝이 무너지고 약한 구조물은 심하게 피해를 입으며, 7~8의 경우에는 거의 전체 석벽구조가 피해를 입고 교량과 댐이 심하게 파괴되며 철도가 휜다고 하니, 지금 벌어지고 있는 지진의 강도와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아울러 이러한 강진은 바로 인근에 위치한 우리나라에도 미세하나마 진동을 전달하고 있어 앞으로 큰 관심과 대비를 촉구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비교적 안정된 유라시아 판에 위치해 있어 화산과 지진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요동치는 ‘불의 고리’가 유라시아 판과 접해있는 만큼, 앞으로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국이라고만 자신할 수는 없다. 

얼마 전 한 방송에서는 현재 세계의 지진상황과 백두산의 폭발 가능성을 다루었는데, 일본에서 진도 8.0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백두산 밑에 가두어있는 마그마 방을 자극하여 화산폭발이 위험이 있다고 한다. 만일 이러한 폭발이 있을 때에는 한반도 전체가 위협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이러한 가설과 우려가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지진에 대한 경험과 대비가 전무하다는 것은 현재의 급격한 환경변화와 장차 닥쳐올 지각변동의 가능성 앞에 매우 큰 위험요소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의 경우 지진과 재난에 충분히 준비되어 있어, 지진사태  이후에도 큰 사회적 혼란이 없이 서로를 위로하며 극복해나가고 있다. 물 6리터를 받기 위해 두 세 시간씩 줄을 서야하는 상황에서도 질서를 유지하는 직원 하나 없이 평온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한 개개인의 인성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재난에 얼마만큼 대비되고 훈련되어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동안 건축물을 세울 때 지진 등을 고려하지 않았고, 한 지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후 된 아파트 중 안전점검 결과 재난위험시설 D등급 이상을 받은 아파트가 1년 새 30%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니, 국내에 지진이 발생할 경우 대규모의 연쇄 붕괴 위험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재앙은 자연에서 오지만, 그 피해는 인재(人災)에서 온다. 실제로 우리는 인재(人災)라 불리는 숱한 참사를 겪어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설 안전과 재난대비에 대해서 무디고 태평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라도 이웃나라의 재해가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임을 깨닫고, 자연재해에 대한 철저한 대책과 장기적 정책을 서둘러 마련해야할 것이다.  <사외기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박현규 / 전주시의회 의장